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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인문학의 개념 1

by 양심냉장고

인문학의 정의 중 첫번째, 인간(나)은 어디로부터 왔는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


‘진화론’에서는 우리 세계가 오랜 시간에 걸쳐 복잡한 진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한다. 반면, 기독교와 같은 종교에서는 절대자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선언한다.


세계와 인류의 기원에 대한 견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유신론적 세계관’과 ‘유물론적 세계관’이다.

유신론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종교는 신(神)과 영혼(靈魂)의 존재를 인정한다. 그리고 주로 신학(神學)을 통해 세계와 인간의 기원을 설명하며, 그 세계관 아래에서 가치관과 윤리관을 정립한다. 반면 유물론적 세계관은 '빅뱅'이나 '진화론' 등의 과학으로 세계관과 가치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유신론적 세계관은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을 갖는 우주 만물을 절대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유물론적 세계관은 그러한 복잡성도 과학으로 설명 가능하며, 오랜 시간을 거쳐, 자연 선택의 과정으로 진화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인간도 고도로 발달한 ‘생존 기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유신론적 세계관 유물론적 세계관
신의 목적에 따라 창조 물질적 요소들이 우연히 결합
영적인 존재 고도로 발달한 생존 기계
창조 목적에 따른 삶 생물학적 진화에 따른 삶
신의 설계 오랜 시간 진화와 자연선택


그렇다면 신학과 과학은 서로 모순되는 학문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기 위해 신학만을 고집하거나, 반대로 과학만을 고집하는 것은 편협한 태도다. 물론, 성경의 창세기에 나온 내용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지적 한계로 천지창조의 순간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신론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문학, 역사, 철학은 물론 과학을 활용하여 인간의 존재와 기원은 물론 그 세계관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탐색하는 태도는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반면, 과학만으로 인간 존재의 비밀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편협한 사고이다. 르네상스와 산업화 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현대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믿음을 갖고 싶어 한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인간은 이전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인간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꿈을 꾼다. 이런 신념을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이론이 진화론이다.


진화론은 현대인들의 주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진화론은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완전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여전히 진화론이 ‘진화 법칙’으로 확정되지 않고, ‘진화 이론’으로 머물러 있는 이유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유신론적 세계관이든, 유물론적 세계관이든, 충분히 고민하고 사색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질 권리가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해야 한다. 필요하면 신학, 철학, 문학, 역사, 과학 분야의 책들까지 섭렵하며, 자신의 세계관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된 세계관에서 다시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확고한 세계관을 갖는 것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나와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생명의 기원은 우연인가? 아니면 창조된 것인가?



'특이점' 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는가'에 따라 자신의 세계관이 결정되면, 현대 사회에서 다양하게 논의되는 논란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답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특이점(singularity) 논란에 대해 생각해보자.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올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보면서 영화 ‘터미네이터’의 세계를 상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걱정과 불안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수준 이상으로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염려하는 것이다. 그럼 그러한 걱정이 자신의 세계관과 연결지어 볼 때 타당한지 생각해보자.


‘특이점’을 주장하는 세계관은 유물론적 세계관인가 유신론적 세계관인가?
본인은 ‘특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신의 세계관에 비추어 합리적인 생각인가?


유물론적 세계관 안에서는 인간이 진화를 거쳐 지금과 같은 고도의 지적 수준을 갖는 '생존기계'로 진화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점점 고도화 되면, 어느 순간, 인간과 같은 지적 수준과 함께 스스로 자신을 성찰하는 의식이나 지능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유신론적 세계관 안에서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그것은 그냥 프로그램일 뿐이며,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영혼과 감정, 그리고 이로부터 발현되는 창의성은 단순한 계산과 알고리듬이 아니기에 특이점은 결코 오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참고로, 필자는 유신론적 세계관을 가졌기에 특이점은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라는 말이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아무리 뛰어난 것처럼 보여도, 인간은 복합적이고 비계산적인 존재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라고 믿는다. 인간에게는 쉬운 일(지각, 움직임, 감각 등)이 인공지능이나 로봇에게는 매우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일(논리적 계산, 고차원 추론 등)은 AI가 쉽게 한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사람이나 인공지능이나 아주 빨리 '서울'이라고 답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200번째로 큰 도시 이름을 물어보면, 사람들은 좀 고민하는 척 하다가, 바로 '모른다'고 답을 한다. 모른다는 것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모든 데이터를 다 검색하고, 또 검색한 다음에야, 아는지 모르는지 답을 내놓는다고 한다. 물론 이정도 질문이야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 얼마든지 답을 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과 인공지능은 생각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최소한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오려면 아직은 멀었다는 것이 확실하다.


이처럼 '우리가 어디로부터 왔는가'와 같은 질문은 한 사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며, 세계관이나 인간관이 정립되면, 현재 우리가 논의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립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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