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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문학의 개념 2

by 양심냉장고

충분한 사색과 통찰의 결과로 세계관을 분명히 확립해야 한다.

세계관을 어느 정도 확립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어떤 가치관과 윤리관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 질문은 동물적 생존에 가까운 삶을 산다면 의미가 없다. 되도록 생각하지 않는 게 더 유리하다. 정글에 사는 힘없는 동물이 사자의 공격 앞에서 인문학적 고민을 한다면 바로 죽음이다.

마찬가지로 누가 시키는 일에만 충실하게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인문학은 쓸데없는 지식이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맞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불안한 현대인일수록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누구나 멋지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준이 모호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그런 삶은 불안하다. 자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위안을 삼는 것은, 속 편한 듯 하지만 사실은 불안한 삶이다.


최근 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책들은 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이다. 불안한 현대인들은 분석심리학, 사회심리학, 인지심리학 등의 다양한 책과 강연을 찾아다닌다. 또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나 『미움받을 용기』와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나 김경일, 오은영 박사의 강의나 책이 많이 소비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 역시 현대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장르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같은 고전부터 『무지개 원리』, 『그릿』, 『아웃 라이어』, 『퓨처 셀프』, 『신경끄기의 기술』, 『리더의 말그릇』 등 구체적인 삶의 방법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는 끝이 없다. 사람들이 이런 책을 찾는 이유는 본인이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거나, 지금보다 좀 더 발전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부동산, 주식 투자, 마케팅 기법처럼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도 서점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며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실용적이지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고, 옳은 정보라고 해도 독자들이 직접 실천하지 않는 한 의미 없는 메아리로 남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는 질문만 잘 던지면 원하는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ChatGPT와 같은 AI를 활용하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받을 수 있다. 답은 널렸다. 그러니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나열한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그럼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우리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통찰하도록 도와주는 책이 좋은 책이다. 누군가 이미 제시한 질문과 해답만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신만의 질문과 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말하기를 요즘 의대나 명문대를 가려면 초등 입학 전부터 영어유치원, 수학 선행을 필수로 해야 한다고, 대부분 다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면,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 전에, 그게 교육학적으로 맞는 말인지, 아이에게 행복한 삶인지 인문학적으로 통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만 보고 무작정 따라가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비합리적 행동의 상징인 ‘레밍’과 같은 삶이라 할 것이다.

결국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빠르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인간은 불안감을 느낀다. 너무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고, 또한 가까운 미래에 ‘터미네이터’와 같은 로봇이 등장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같은 소설책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책을 읽고 나서 다양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올 것인가?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미래 사회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우리는 ‘빅브라더’의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사는 존재로 전락할 것인가?
하루하루 ‘소마’ 같은 약물과 쾌락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은 아닌가?


소설을 읽으면서 위와 같은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알려주는 답만 따라가면, 편하긴 하겠지만 권력자에게 이용당하고 만다.


‘빅브라더(Big Brother)’와 같은 독재자는 생각을 포기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탁월하다. 또한 생각을 포기한 사람들을 이용하여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데도 능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미, 깊이 생각하기를 포기한 채, 누군가 강요하는 극단적 편향의 사고를 갖고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고 있다.

유성룡의 『징비록』이나 최인훈의 『광장』을 통해 ‘임진왜란’이나 ‘6.25 전쟁’이 남긴 상처와 교훈을 배우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으며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상을 이끌어 가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인문고전을 읽으며 인문학적 질문과 답을 찾는 노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세계관이 정립되어야 가치관이 형성되고,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윤리관이 확립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정치철학과 가치관이 없는 리더를 가진 국가와 사회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폭군이나 무능한 군주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정치 철학을 갖지 못하고 주색이나 쾌락에 탐닉했을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고민없이 주술과 무당에 빠져서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기도 했다. 철학이 없는 군주 옆에는 간신과 사이비 점술가, 자칭 예언가라는 자들이 득세하기도 했다.


『논어』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으며, ‘나는 무엇을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는가?’ 또는 ‘진정으로 지키고 싶은 신념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가치관을 정립할 수도 있다. 공자는 자신의 생각을 듣고 실천해 줄 군주를 찾아 천하를 주유했고,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며 끝까지 가치관과 신념을 버리지 않고, 독배를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정의란 무엇인가』, 『유토피아』, 『자유론』, 『국부론』 등의 책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와 풍요로운 국가의 모습을 꿈꾸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며, 그래야 정치인들이, 국민을 두려워하며 더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인류가 만든 가장 합리적인 정치 체제이지만, 매우 허약한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민주주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역사학자들도 많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말이 있다. 해리 S.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책 읽는 모든 사람이 다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탁월한 리더가 되는 경우는 없다.”


리더란 꼭 거대한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를 경영하는 것도 위대한 리더십이다. 좋은 책, 특히 인문 고전과 같은 책들을 많이 읽으며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통찰을 통해 답을 찾고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판적 사고를 가진 주체적 인간으로 홀로 설 수 있다.


홀로 설 수 없는 인간은 불안하다. 홀로 설 수 없는 인간은 신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다. 유교에서는 신독(愼獨)을 강조하고, 기독교에서는 코람데오( Coram Deo)를 강조한다. 코람데오( Coram Deo)는 신 앞에 선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삶이다. 신독(愼獨)이나 코람데오( Coram Deo) 할 수 있는 인간이 타인 앞에 떳떳하고 대등하게 설 수 있다. 타인 앞에 떳떳하고 대등하게 설 수 있는 인간이 개인과 국가의 리더가 될 수 있다.


인문학은 우리가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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