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다. 전날 밤부터 아 월요일 너무 싫다를 되뇌며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내가 탄 엘리베이터는 몇 층 더 아래에 멈추더니, 남자아이 둘을 대동한 부부가 타는 것이었다. 아빠는 키가 190cm는 되어 보이는 백인이었고, 엄마도 모델같이 훤칠하게 키가 큰 한국인이었다. 아이들 머리는 오묘한 갈색빛이 돌았고, 둘 다 장난꾸러기 같아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얌전히 태우는 것만 해도 전쟁인 듯했으니까.
두 아이 중 더 어려 보이는 쪽은 정말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혼자서 낮은 쪽 패널의 버튼을 막 누르고, 엄마 아빠는 제지하고, 지지 않고 누르고 하다가 결국 내가 누른 1층이 지워져 버려 엘리베이터는 지하 주차장으로 직행했다. 부부와 나에게는 모두 당황스러운 일이었으나…. 회사에 늦은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지. 그보다는 애기들이 웃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들이 버튼을 누를 때부터 '어떡해, 어떡해' 하더니 정말로 사태가 발발하자 몸 둘 바를 모르고 내게 5번쯤 사과했다. 그렇게까진 안 하셔도 되는데…. 하며 소란스러운 가족을 보니 소동 중 얌전한 사람이 딱하나 있다. 아빠다. 뭐…. 내가 그 가족의 사정을 잘 아는 건 아니다. 아이들을 위한 무거운 짐을 한 바가지 들고 있는 걸 보니 집에서는 육아 참여도도 높고 좋은 아빠일 수도 있고, 혼자서 가족의 생계를 금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폐를 끼친 타인에게 주체적으로 사과하지 않고 물러나 있어도 되는 저 위치라는 건, 뭘까?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엄마가 호통치는 것으로 미루어 본 아이들의 이름은 Noah* 와 Joseph*이었다. 둘 다 성경의 이름이다. 아빠 쪽 문화권 이름이기도 하고. 모르긴 몰라도 성 또한 알파벳으로 되어 있을 것 같다. "Joseph 버튼 마음대로 누르면 안 돼~~!" 라고 깔깔대며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형아. 한국에 사는 아이들. 사과하지 않는 아빠. 영어 이름. 모르긴 몰라도 나에게 보인 정보의 일면들을 모으며 나는 아이들이 개구쟁이인 건 어딜 가나 똑같구나. 어딜 가나 똑같은 게 여전히 많구나. 생각하며 Noah와 Joseph이 행복하고 교양 있는 어른으로 잘 자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유사한 가명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