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대학으로 가는 길
두 아들에게는 한국에서 인서울 대학교에 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길이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8개 나라의 대학 지원을 검토하고 준비했는데
한국 대학에 지원 자체를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학력고사 세대로 한 개의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시험 당일에 그 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렀다.
전공학과의 커트라인 안에 들어가면 합격이고 점수가 낮으면 탈락이다.
비인간적이지만 깔끔하긴 하다.
1994년에 수능이 도입된 이후, 일부러 그리 만든 것도 아닐 텐데 대학 입학을 위한 신청 과정과 절차,
제출 서류 등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정확한 정보를 얻거나 의사결정이 어렵다.
수시, 수능만 그러한 게 아니라 재외국민 특별전형 또한 누군가 판단해줘야 하는 규정이 많아
혼자서 100% 이해하고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확신하는 게 쉽지 않다.
큰 아들이 대학 입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2021년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찾아보았더니
이전에 있던 특례전형들은 2020년에 정비되어 없어지고 3년 특례와 12년 특례 2개만이 남아 있었다.
(다른 분들을 절대로 그리하면 안 된다. 사전에 알아보고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3년 특례 재외국민 특별전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정리해 보니 24개였고
초/중/고등학교 졸업증명서와 초/중/고등학교 성적표를 따로 분리하면 28개였다.
(입학지원서, 자기소개서, 수학계획서, 사실증명발급 신청서, 사유서, 학력조회동의서, 교사추천서, SAT/IB/A Level 성적표, TOEFL성적표, 초/중/고등학교 졸업증명서, 초/중/고등학교 성적표,
국제학교 Profile, 국제학교 학사일정표, 교내활동증빙, 가족관계증명, 출입국사실증명, 사실증명발급위임장, 여권 Copy, 여권정보증명서, 재외국민등록증명, 아버지해외근무증명서, 해외지사설치인증서, 아버지회사 현지법인설치신고서)
특례를 준비해서 대학을 간 친구들과 부모님들에게 수고했다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보다 더 어려운 수시와 수능을 통해 대학을 보낸 대한민국 부모님들에게는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큰 아들은 재외국민 전형을 공부한 지 2주일 만에 깔끔이 포기했다.
첫 번째 이유는 3년 특례 경쟁률이 수능보다 높다 하고,
두 번째, 대교협에 문의하면 해당 대학에 문의해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해당대학은 대학지원을
하면 그때 검토해 보겠다고 하고,
세 번째, 학원에 상담해 보니 두 아들의 학교 내신이 특례 신청이 가능하더라도 인서울 대학이 힘들고,
네 번째, 제출 서류 리스트에 압도당했다.
한국은 수시, 수능의 말도 안 되는 절차와 서류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
수험생이 없는 가족은 알지 못하며 수험생의 가족들도 입학 후 시간과 함께 잊어버리는 듯하다.
특례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대학 시험 준비 절차는 모두들 알고는 있지만 막상 해보니 불만이 나온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대학 입학 절차와 제출 서류를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내가 투입한 시간과 스트레스의 크기로 비교하자면
한국 100 > 미국 50 > 싱가포르 40 > 영국 30 > 홍콩 20 > 호주, 말레이시아 15 정도 되겠다.
다르게 해석하자면, 한국인과 한국 학생들은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경쟁력이 있을지도.
그러나 다른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입해도 되지 않을까. 특히, 우리의 노후를 갉아먹는 학원비 말이다.
큰 아들이 선택한 것은 말레이시아 대학의 ADP (America Degeree Program)인데,
2년은 말레이시아에서 2년은 미국 대학으로 Transfer 해서 미국에서 학위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대학 학위를 받으면서 한국 보다 학비가 낮은 말레이시아에서 2년 공부하는 장점이 있다.
대학에 지원하고 1주일 만에 Acceptance Letter를 받았고, 이후 1주일 내 서류 절차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