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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와 전문가를 가르는 임계점

by 최정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자기가 가진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시험을 보러 가는 아이에게 잘 치라거나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 이유다. 긴장된 마음에 그런 말은 더 큰 부담을 안긴다. 몸이 경직되고, 다른 곳을 보지 못하게 된다. 다양한 변수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니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편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하다.

이것뿐이 아니다. 경기에 임해 상대방을 이기려는 마음이 생기면 실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그 순간부터 몸이 굳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마음이 고요할 때 자기 능력이 발휘된다. 승부는 여기서 갈린다. 수많은 훈련을 하는 이유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이라는 구호가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것이 어깨에 힘을 빼는 과정이다.

며칠 전 기타 강습을 받을 때 겪은 일이다. 문화센터에서 기타 강연을 받은 지 약 8개월, 이렇다 할 실력도 없는 수준이다. 일요일에 한 시간 배우고 나머지 요일은 스스로 자습하니 그 실력이 얼마나 될까. 그렇지만 30분의 기적을 믿으며 집에서 연습한 결과 몇 곡은 강사가 가르쳐 준 방법으로 연주하면 실수하지 않을 정도가 된다고 여겼다. 그 날따라 같이 배우던 사람이 오지 않아 혼자 배우게 되었다. 문제는 그때 생겼다. 강사가 함께 연주해보자고 하니 부담이 생겼다. 마음이 고요하지 못했다. 집에서 잘하던 연주도 엉망진창이었다. 어깨는 힘이 가득했다. 손가락은 제멋대로 놀았다. 하나도 연습하지 않은 모습처럼 보였다.

집에서 혼자 할 때 실수없이 연주하던 모습은 간곳없었다. 이 곡은 연주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흔적도 없어졌다. 거대한 벽이 턱 놓여있었다. 넘을 수 없는 벽!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벽이었다. 혼자서 실수없이 연주할 수 있다고 어느 때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 잘못이었다. 벽을 넘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연습량, 순수한 연습 시간 등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것을 생각지 않았으니 결과는 당연했다.

젊을 때 큰소리쳤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일을 왜 거듭 실수와 실패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때는 마음만 그랬다. 조금 할 줄 안다고, 마치 전문가나 된 듯 행동했다. 막상 그 일을 해보면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잘할 수 있다고 여겼다. 선배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 내가 그들 입장이 되어 그때 내 모습을 본다. 얼굴이 절로 붉어졌다. 부끄러워 달아오른 얼굴을 다행히 겨울 한기 때문인 것처럼 감춰줬다.

"가득 찬 잔에는 더 이상 물을 담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마음도 그렇다.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더 이상 발전은 없다. 여백이 있어야 한다. 조금 할 줄 안다고 마치 전문가가 된 양 행동하면 더 이상 연습을 하지 않는다. 지루해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다. 마음이 동하면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되는 수준에 이를 때가 되어야 장벽을 넘을 수 있다. 겸손은 배움의 문을 열고, 자만은 그 문을 닫는다는 말이 진리다.

집에 돌아와 실수했던 곡을 연주해 봤다. 웬걸, 한두 곳에 실수가 있지만 그런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전문가는 이미 마음에서 경지를 벗어난 사람이라는 점을 그때 깨달았다. 교사로 지낸 30여년, 이제 학생이 어떤 얘기를 해도 알아듣고, 설명할 수 있다. 교사 역할은 어떤 상황이 되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몸이 경직되지 않는다. 그것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 그것이 벽을 가르는 임계점이었다. 그곳을 언제 넘을 수 있을지는 자기도 모른다는 점이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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