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마술사의 손이 빚어내던 상상의 힘은 정말 위대했다
현실이 아닌 따뜻한 세상을 선물로 주던 마술
하지만 TV 속의 마술은 어느 순간 우리 곁에 사라졌다
SBS에서 새롭게 런칭한 <더 매직 스타>. 국내 최초 글로벌 마술 오디션이라는 직관적인 컨셉이다.
서두에 작성된 내용이 프로그램의 포문을 여는 첫 나레이션으로 등장한다. 저 세 줄에 프로그램의 강점과 약점이 모두 드러난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특정 시청층 '마술'이라는 소재에 대한 향수를 공유한다는 지점이 확실한 정체성임이면서도 명확한 한계 지점이다.
말했다 듯이 '어릴 적 마술사의 손이 빚어내던 상상의 힘은 정말 위대했다'.' 현실이 아닌 따뜻한 세상을 선물'로 줬다는 다소 장황한 표현은 누군가에겐 확실한 추억임을 의미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향수를 대중적으로 공유하기에는 포용할 수 있는 시청층의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모니터링을 한 동료 PD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바 꽤 많은 (엄마) 중년 여성 시청층이 해당 프로그램을 재밌게 봤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마술에 대한 향수가 있는 시대다. 디지털 원주민으로 나고 자라 굳이 마술이 아니더라도 도파민을 자극시킬 수 있는 콘텐츠에 노출된 세대와는 다른 이들이다. 그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 그리고 그 추억을 먹고 자라 마술사의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헌정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왜 마술 오디션은 없었을까?" 한 마술사가 인트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왜인지는 너무 명확하다. 마술에 대한 관심이 없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한국 예능이 대중성을 무기로 내세우는 포맷에 비해 '마술 오디션'은 너무 특이하다. 대중문화라는 장르와 특이성이라는 속성은 늘 상충되는 지점이기에 항상 어느 정도의 포션을 취해야할지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춤과 노래를 뽐내는 오디션은 널리고 널렸다. 모두가 춤과 노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대중적이고 쉬운 영역이다. 모두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다만 '잘' 하기가 어려울 뿐. 따라서 해당 영역에서 특이점을 가지고 뽐낼 만한 자질이 있는 이들의 무대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것. 감정이입을 하기도 하고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관전 포인트가 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마술은 다르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듯이. 그러기에 더 재밌고 신기한 것 아닐까? 라는 질문이 들 수도 있다. 이것이 앞전에 언급한 '대중성'과 '특이성'에 대한 고민이다.
이 고민 지점에서 또다시 문제로 제기하고 싶은 점이 있다. 'TV 속의 마술이 어느 순간 우리 곁에 사라진' 이유와도 같다. CG와 같은 방송 기술의 발전으로 스크린을 통해 담을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해졌다. 마술이 더이상 '마법' 같이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이다. 마술사들의 무대에서도 느껴졌던 아쉬움이다. 현장 관객이 느꼈을 만한 감동을 TV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는 시청층들이 느끼기에는 한계가 명료했다. 이를테면 외손에 있던 공이 갑자기 공중으로 떠오르는 마술 무대의 한 씬이라고 상상해보자. 화면을 통해 말도 안되는 특수효과에 이미 익숙해져있는 우리는 그 장면 만이 주는 충격과 놀라움이 온전히 전해질 수가 없다.
이는 편집 기법에 대한 아쉬움과도 연결된다. 마술무대는 편집해서는 안 된다. 편집을 한 순간 마술이 더이상 마술이 아니기 때문에 오롯이 마술 무대의 모든 씬과 각각 연결 장면까지 전달해줘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보통 정샷 위주로 무대를 정직하게 담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다 보니 시청하는 입장으로서는 구도가 갑갑하게 느껴졌다는 것. 차라리 화면을 분할해서 다양한 각도에서의 씬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동료PD가 말한 아이디어였다. 마술이라는 소재의 특성을 오롯이 살리기 위한 구도였을 것이라는 데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놀라움과 감동을 화면 상으로 전달하기에는 그 만큼 또 한계가 강한 장르이기 때문에, 연출적인 고민도 더 필요한 지점일 것이다.
번외로 마술이 진행되는 무대 세트가 비교적 아쉬웠다는 점. 해외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갓 탤런트에서 따온 듯한 요소가 심사위원석에 적용됐으며, 마술이라는 컨셉에 맞춰 발전시키려고 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무대에 공을 들이지 않은 이유도 마술사의 무대 자체에 더 관심이 집중되도록 설계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명이나 LED 적인 부분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 또한 과잉되게 추가했다면 오히려 프로그램의 취지를 해쳤을 수도 있었겠지만 인상적인 오브제나 미장센이 전혀 남지 않는 세트였다는 사견을 덧붙여본다. 무대가 시작되기 전 마술사들이 서로 대면을 하는 첫 소개 장면에서는 XR 기술이 섞인 세트가 나왔다. <과몰입인생사>에서도 그렇고 SBS가 이런 류의 기술을 이용한 시도를 세트에 계속 적용해보려고 하는 지점이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무대 세트에 대한 아쉬움도 더 큰 것 같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순간에도
마술사의 손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낼 그들의 손을 기다려왔다
그래서 어쩌라고? 결론은 뻔하고 진부하다. 뻔하고 진부한 만큼 확실한 길이기도 하다는 뜻이라고도 생각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낼' 그들의 손을 기다려왔다는 프로그램의 말처럼 결국은 이야기다. 대단한 마술 기법으로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기에는 이미 우리의 뇌는 더 자극적인 영상 요소와 도파민에 절여져있다. '이야기'가 결국에는 변수와도 같은 요소. 시각적인 화려함을 추구하는 쉬운 길에 대한 시선은 잠시 돌려버리고, 감정이입이라는 가장 강한 무기를 사용해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중매체가 추구해야할 뻔하면서도 확실한 길. 그렇기에 진부하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하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길. 그렇기에 계속해서 고민하고 궁리해야 할 것. <더 매직 스타>에 대한 고민도 조금 더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