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7장 1~5절의 말씀
<법정에서의 재판은 흔히 ‘진실 발견’의 과정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진실은 형이상학적 의미에서의 절대적 진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판결의 근거가 되는 진실은 증거의 수집과 제시, 변론의 공방,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을 거쳐 구성되는 일종의 법정적 진실에 불과하다. 그것은 객관적 사실을 온전히 재현한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한정적으로 형성된 제도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 그런데 이러한 한계에 대한 자각은 근대 법철학의 전유물이 아니며, 이미 신학적 성찰 속에서 발견된다. 산상수훈의 일부인 마태복음 7장 1–5절의 가르침은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을 응축한 예라 할 수 있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는 구절은 인간이 결코 절대적 심판자의 자리에 설 수 없음을 선언한다. 인간은 타인의 눈 속 티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자기 눈 속 들보는 보지 못한다. 이러한 모순은 판단 주체가 무오류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그 순간 심판의 행위는 정당성의 한계에 부딪힌다. 마태복음의 가르침은 인간이 행하는 모든 판단이 지닌 구조적 제약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법적 판단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사상사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다. 톨스토이적 무저항주의는 성경의 가르침을 표방하며 인간의 불완전성을 근거로 국가 형벌권 자체를 부정하였다. 불완전한 인간이 내리는 판단은 필연적으로 오류와 폭력을 낳을 수밖에 없으므로, 차라리 심판을 배제하는 것이 옳다는 급진적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마태복음의 교훈은 무심판주의로 환원되지 않는다.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 티를 빼리라”는 가르침은 판단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단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판단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성찰이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고 규범을 집행하려는 자는 먼저 자신의 불완전성과 결함을 직시해야 하며, 국가는 그러한 불완전성을 제도 차원에서 인정해야 한다.
이 사유는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의 긴장을 새롭게 비춰준다. 법실증주의는 법적 판단의 정당성을 제도와 절차의 합법성 속에서 찾는다. 정당한 판결이란 진리를 도출한 판결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형성된 결정이다. 그렇다면 법실증주의는 마태복음이 말하는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자연법론은 판결의 정당성이 절차만으로는 확보될 수 없으며, 정의라는 보편 규범과 합치될 때에만 완성된다고 본다. 마태복음의 메시지는 이 둘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마태복음이 시사하는 바는 절차를 거쳐 구성된 법적 판단을 존중하되, 그 판단이 진정한 정당성을 지니려면 자기 눈의 들보를 먼저 성찰하는 윤리적 태도와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무흠한 절차를 거친 판결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언제나 오류의 가능성이 잠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판결이 완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때일지라도, 판결을 유예하거나 철회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것 또한 우리는 수긍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관의 역할은 법조문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타인을 판단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한계와 편견을 성찰하는 윤리적 주체이다. 만일 이러한 성찰이 결여된다면, 판결은 절차적으로는 합법적일지라도 정당성을 상실하고, 법적 권위는 오만한 폭력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마태복음의 가르침은 법정의 판결이 지닌 ‘겸허한 절대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판결은 절대적 진실을 보장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절대적 구속력을 지니는 역설적 장치로 기능한다. 인간은 완전한 심판자가 될 수 없으니 판결 역시 진실 앞에 겸허해야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겸허함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눈 속 티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다. 법정은 이러한 자기 성찰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곳으로서, 인간적 한계 속에서도 정의를 구현하는 공간이 된다. 들보를 자각하여 밝히 보게 된 사람은,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뺄 수 있는 것이다.>
참고: 마태복음 7장 1~5절 말씀
1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2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3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4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5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