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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9. 2023
담임 배정과 업무 분장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교육청과 학교의 인사철이 다가옵니다. 제가 국어사전에서 '인사가 만사(人事萬事)'를 찾아보았습니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으로,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림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도 매년 3월에 정기 인사가 이루어지고, 경우에 따라서 소폭의 9월 인사와 비정기적인 인사가 있기도 하지요. 또한 학교장은 학교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최선의 과정과 결과를 예측하며 사람을 채용하고 배치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연구부장과 교무부장을 하면서도 담임 배정이나 업무 분장에 참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교감 선생님이 기초자료를 만들고, 교장 선생님이 최종 결재하여 발표했던 것 같았습니다. 제가 교육전문직을 거쳐 교감으로 학교에 왔을 때, 고민한 것 중 하나가 인사 업무였습니다.
저는 학교의 인사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 즉 학교 조직을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하는 데 협업할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 운영의 효율성과 선생님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인사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학교는 학교장이 교내에서 특정인을 승진시키거나, 높은 보수와 예우를 받는 보직에 임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요. 따라서 학교장은 아이들과 교육과정을 중심에 둔 인사가 되도록 지향점을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로 구성원들이 학교를 신뢰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학교가 건강한 조직으로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제가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서 교내인사자문위원회가 인사 규정을 정비하고, 학년 배정과 업무 분장에 대한 개인의 희망서를 받는 것까지는 많은 학교에서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전년도 담임 경력과 업무, 본교 근무년수 등 인사에서 객관적인 기준이 되는 항목에 점수를 부여하고, 경합 시 우선할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한 것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다음 과정에서 학년과 업무에 사람을 배치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협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또한 인사자문위원들과 함께 자료를 공유하고 협의하는 과정까지도 모든 선생님들에게 공개했습니다.
▶교내인사자문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함께 노력해 주었습니다.
① 개인별 희망에 의한 인사 기초자료 작성
② 경합되는 학년과 업무 지원자에 대한 서열 정리
③ 제1희망에 배정하지 못할 경우 당사자 설득과 협조 요청
④ 학교 운영 상 특별히 관리되어야 하는 인사에 대한 공감
⑤ 조직과 개인이 조화롭고 발전하기 위한 인사 조정
이 과정에서 교감 선생님은 인사자문위원들과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효율적인 인사를 하기 위하여 소통하였습니다. 그리고 소통을 통하여 선생님들의 희망서에서 알 수 없는 개인적 성향이나 친분 관계, 관리자가 파악하지 못한 개인적인 문제, 기타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교내 인사 발표 후, 제가 시도한 새로운 인사 방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첫째, 동료들이 참여하고 과정을 공개해 인사의 공정성을 신뢰해요.
둘째, 제1희망에 배정되지 못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으며, 누구를 봐준다든가, 나를 배제하고 무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셋째, 교감이 설득하면 강요하는 기분이 드는데, 동료가 설득하니까 협조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넷째, 인사는 교감과 교장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을 위하여 함께 학교를 운영하려는 철학을 실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