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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Oct 19. 2023

굿 닥터, 굿 티처

저는 최근에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미국 드라마 [굿 닥터(The Good Doctor)] 몰아보기를 했습니다. 2013년에 방영된 KBS2 드라마 [굿 닥터]의 리메이크 버전이라고 해서 더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굿 닥터]는 자폐 스펙트럼과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숀 머피'라는 외과 레지던트의 사회  적응과 성장을 중심으로 그린  드라마입니다. 숀 머피가 멘토이자 친구인 병원장의 지지로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최고 병원의 외과 병동에 채용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지요. 숀 머피 역을 맡은 배우의 낯이 익어서 찾아보니, '찰리와 초콜릿공장'에 나온 '프레디 하이모어'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의사는 전문직 중의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지요. 제가 드라마에서  눈여겨본 것 중 하나는, 그 사람들이 전문직으로서 대체 불가능하고 확고한 전문성을 갖추어, 자신과 의학 영역에서 더 발전해 나가기 위하여  노력하는 지점이었습니다. 또한 그 사람들이 개인적인 학습은 물론 병원 내에서 일상적으로 토론하고 협의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수술실에서도 완벽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공방을 벌이지요. 그 병동의 일 자체가 팀워크를 중시하고 있지만 참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레지던트도 지도교수인 일반 의사는 물론이고, 과장이나 원장에게 개인과 의사로서의 문제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가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의학적인 견해를 선배들 앞에서 거침없이 개진하는 모습은  우리가 가진 문화와 너무 달라서 놀랍기도 했지요.


또 자기가 불확실한 의견을 냈을 때는, 그것을 보완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와 이유를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때로는 승복하는 자세야말로 전문직으로서의 진정한 책임과 의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본 의사들은 어려운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밀한 사전 연습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저는 이것을 보면서 그 사람들이 환자와 자기 일에 대하여 얼마나 엄중하고 철저한 자세를 갖고 있는지에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선배 의사들은 후배들을 아끼고 존중하며, 후배들의 의견을 검토하고 지도하면서 격려해 줍니다. 때로는 후배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동의 목표로 정하고 함께 고민하고 학습하며, 선배로서 또 동료로서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위하여 노력합니다.


저는 이 드라마에 나온 병원과 같은 장면이 학교 곳곳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보았습니다. 교직원들이 모여 업무 추진과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과 협의를 함께 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멋진 학교가 되고 완벽한 교육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요. 특히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과 수업의 운영에서는 일상적으로 그것들을 공개하고 토론하며 협의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저는 교사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과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고 치료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특정된 환자와 병상에 대하여 처치하는 의사보다, 불특정한 데다 가지각색인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교원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확신에 차서 희망적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하는 일이 어쩌면 병을 치료하는 일보다 더 치열한 고민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원들이 개인적인 연찬은 물론 끊임없이 고민하고 동료와 함께 토론하는 문화 속에서 교육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전문적 학습공동체, 학습동아리 등을 활성화하여 학교를 학습하는 조직으로 문화를 바꾸어가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교육연수원에 근무할 때, 우리 부서가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학습동아리, 공모연수 운영 등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현장 모니터링과 업무 분석 결과를 통해서 보면 기대에 못 미쳐 안타까웠지요.  


학교에서는 수업과 학생생활지도, 진로교육 등 공통적이고 중점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이것들에 대하여 일상적인 토론과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 누구든 어떤 의견이든 말할 수 있어야 하고요. 드라마 '굿 닥터'에서처럼 학교가 연구하고 토론하고 협의를 통하여 성장해 가는 학습 조직으로서 공동의 목표에 다가갈 때, 우리는 더 많은 '굿 티처'를 학교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학교의 공동 목표에 대하여 구성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학습하며 노력하는지에 따라, 우리 교육의 발전과 아이들의 성장, 더 나아가 교사들의 역량 강화에도 분명히 긍정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학교의 궁극적인 공동의 목표는, 바로 아이들입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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