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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Oct 19. 2023

고양이를 부탁해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 그리고 성숙한 동물보호•복지 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길고양이 보호관리 문화교실’을 전국의 대도시에서 운영한다고 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길고양이 보호관리 방법을 교육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교장실에서 잠깐 돌보던 새끼고양이가 생각났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한 무리의 아이들이 교장실에 왔습니다.


“교장 선생님, 고양이 좀 맡아주세요!”


새끼고양이 세 마리가 담긴 상자를 내미는 아이의 목소리와 눈빛에 간절함이 절절하게 배어 있었습니다. 아이 말로는, 아파트 단지에 살던 길고양이 어미가 보이지 않아 새끼고양이를 집에 데려갔는데, 엄마가 야단쳐서 도로 갖다 두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학교 오는 길에 친구들과 함께 들여다 보니, 여전히 어미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지난 밤새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죽었고, 남은 세 마리도 죽을까 봐 학교로 데려온 것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고양이를 교실에 두고 보살피겠다고 하는 아이들에게 담임 선생님은 당연히 허락하지 않았지요. 그리고 동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부탁했는데 역시 거절당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하는 수 없이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의논하여 새끼고양이를 저에게 맡기려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잠깐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고민했다가 결국 그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만 새끼고양이를 교장실에 두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규칙을 함께 정하게 했습니다. 아이들과 새끼고양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중요한 것들을 말이지요.


아이들은 다음 쉬는 시간부터 교장실에 와서, 새끼고양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보살폈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집에서 쥐를 잡고 쫓으려고 키웠던 적은 있었지요. 하지만 그때는 사육 목적이 분명하여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저도 아이들을 도와주려고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갓 태어난 새끼고양이가 어미를 잃고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나 봅니다. 며칠 지나자, 새끼고양이들이 한 마리씩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밤새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이지요. 마지막 새끼 고양이마저 죽었다고 전해 들은  날, 저는 우는 아이를 꼭 안아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게 없었습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저는 아이들이 먼저 챙긴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과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들은 가끔 교장실에 달팽이, 매미, 잠자리, 햄스터, 거북 등 동물을 가져다 맡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른 손 만한 독거미를 맡긴 적도 있었지요. 집에서 부모 몰래 키우다가 들켜서 잠시 맡기는 경우도 있었고, 자랑하려고 가져온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참 다정한 아이들이었지요.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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