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급식 지도의 한계 -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때린다; 비록 하찮은 짐승일지라도 밥을 먹을 때에는 때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는 아무리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때리거나 꾸짖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오랜만에 다시 학교에 와서 급식을 하게 된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를 날마다 정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경험하지 않으면 잘 모를 거예요. 그래서, 저는 고민 하지 않고 날마다 바뀌는 식단으로 질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는 학교급식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급식실에서 매우 익숙하고도 불편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바로 선생님이 아이들의 식판을 일일이 확인하는 장면이지요. 그리고, 저는 여기서 두 가지가 불편합니다. 하나는, 아이들의 식판을 검사하면서 동시에 식사를 하는 극한 직업의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먹고 남은 음식을 국그릇에 모아 담아 검사를 받는데, 그것을 보는 것 자체가 저처럼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고역이지요. 또 하나는, 아이들이 식판 검사에 통과하기 위해서 음식을 먹고 남길 수도 있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무조건 다 먹어야 한다고 강요받는 것입니다.
제가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골고루 먹을 수 있게 교육해 달라고 요청하곤 했습니다. 그 속내는 집에서 먹지 않는 음식을 교육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먹이면 식습관이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었지요. 실제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아이들에게 전반적인 급식 교육을 합니다. 식사 전에 손 씻기,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기,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고 버리지 않기, 잔반을 흘리지 않게 버리기, 빈 식판을 제대로 놓기, 뛰지 않고 조용히 다니기 등 식당에서의 예절까지 강조하여 교육하지요.
그런데 학교급식은 주문형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공급하는 형태로 운영합니다. 따라서 음식의 종류에 따라 아이들의 호불호가 분명하지요. 그렇다면 학교 급식으로 나온 음식 중 먹기 싫은 것을 아이들이 어떻게 하는지 아시나요?
아이들 중에는 실수한 척하고 음식을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하고, 몰래 주머니에 넣기도 하지요. 또 휴지를 가지러 가는 척하면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하고, 심지어 힘이 약한 아이의 식판에 던지기도 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싫어하는 음식을 입에 넣었다가 결국 식판에 뱉고, 혼날까 봐 다시 입에 넣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상황이 와전되면 아이에게 토한 음식을 먹였다고 선생님이 매도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이 일과 중 스트레스가 높은 업무로 급식 지도를 말하고 있지요.
제가 생각해 보면, 선생님들은 급식 교육에서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기'에 방점을 두고, 아이들에게 싫어하는 음식까지 억지로라도 먹이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꼭 그렇게 하는 것이 교육일까 하는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지요.
제가 교장이었을 때, 선생님들에게 급식 교육의 내용과 범위를 질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왜 억지로 먹이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제가 납득할 만한 답변은 없었지요.
저도 60살이 넘도록 먹기 싫은 음식, 안 먹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저에게 식품 알레르기 못지않은 문제를 일으키지요. 그 음식을 먹고 나면 체하거나 토할 때도 있거든요. 저희 시어머니는 100세가 다 되었는데, 짬뽕을 절대 안 드십니다. 아마 선생님이나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누군가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면서 강요한다면 어떻게 할지 궁금해요.
저는 특정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에게 그것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게 하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은 생리적인 문제는 물론, 종교적, 정서적, 습관적으로 먹지 않거나 먹기 싫은 음식이 있다면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먹는 일만큼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중요한 일도 없으니까요.
제가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2학기가 시작되는 날, 아이들이 급식실에 요구하는 메뉴를 정하여 제출하는 회의를 했습니다. 며칠 후, 전교어린이회에서 취합한 메뉴를 발표했는데, 주로 고기류, 햄과 소시지 외에 반조리식품이 주재료인 메뉴와 튀기는 요리를 많이 선정했지요. 그러나, 건강한 식단을 지향하는 학교급식에서는 자주 나오지 않는 메뉴들이에요. 즉 아이들이 요구해도 급식으로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집에 와서 배고프다고 하소연하는 날이 많다고 말합니다. 급식이 맛이 없는 게 아니냐, 배식량이 적은 게 아니냐고 덧붙이면서요. 저는 그런 민원을 받으면, 언제든지 학교에 와서 급식의 모든 과정을 보고 문제점을 이야기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아이가 학교급식에 잘 적응하고 편식하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꼭 되물었습니다. 급식 교육도 학교와 가정이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어요?
학교 급식은 좋은 식재료로 영양소를 고루 갖춘 음식을 맛있게 조리하여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합니다. 그리고, 식재료의 검수, 세척, 조리 과정과 이후 설거지나 조리도구의 보관 등을 보면 그 품질과 청결 관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지요. 제가 볼 때, 학교 급식만큼 좋은 식재료로 위생적인 환경에서 조리하는 음식점은 주변에 흔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나, 급식 식단에 채소나 생선 등이 포함된 날은 아이들이 더 많이 버리고 있다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버리는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처음에는 맛이 없다고 대답하지만, 더 물어보면 많은 아이들이 집에서 잘 먹어보지 않은 거라서 못 먹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같은 급식 교육이라도 학교급에 따라서 분명히 다를 수 있습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는 아직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에 바른 식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지요. 그러나, 음식을 골고루 잘 먹을 것, 급식은 배고프지 않을 만큼 충분히 먹을 것, 음식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 등 기본적인 내용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함께 반복적으로 교육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요?
학교 급식실이 가정의 식탁처럼 오순도순 둘러앉아서 밥상머리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님에 주목하면, 급식 교육의 내용과 범위, 그리고 교육 주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낄 것입니다. 저는 효율적인 급식 교육의 방법과 아울러, 교사와 아이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에서도 교육공동체 안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