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 삼 남매의 겨울나기

- 방학 중 돌봄과 지원이 절실한 아이들 -

by 전우주

제 교실에 오는 아이들 중 나나는 키도, 손도, 발도, 목소리도 다 작지만 예쁜 아이지요. 저는 언제부턴가 나나가 교실로 들어오면, 작은 나나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재빨리 훑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밥은 먹었니?"


그리고 제가 날마다 나나에게 묻는 첫마디입니다. 나나가 아침밥을 못 먹고 온다는 것을 제가 알게 된 뒤로 습관처럼 그렇게 묻게 되었지요. 그리고, 저는 나나에게 쿠키나 빵, 과일 등 뭐든지 먼저 먹게 한 다음 공부를 시작합니다.


나나는 의자에 앉으면서 실내화를 벗어버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같은 추위에도 나나는 맨발로 온 날이 많지요. 그런 날이면, 저는 또 나나에게 당부합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춥단다. 꼭 양말 신고 와야 해. 외투도 챙겨 입고."


나나는 앞 머리카락이 눈을 덮어서 제가 잘라 주겠다고 해도 한사코 거부합니다. 비록 어린아이지만 본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머리카락을 제 맘대로 자를 수는 없지요. 또, 머리를 감은 지가 오래되어 머리카락이 엉겨 붙은 채 오는 날도 허다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날 퇴근길에, 머리숱이 적은 나나에게 맞는 머리핀을 하늘색과 분홍색으로 사서 갖다 주었지요. 그리고, 또 잔소리를 합니다.


"따뜻한 물로 잘 씻고, 머리도 감으면 더 예쁠 텐데."



나나는 교육청에서 지원한 언어치료사에게 발음 교정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발음 교정을 도와주고 있지요. 그런데, 나나는 외국인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발음의 오류가 많아요. 예를 들면, '개울이'를 '개울리'라고 하고, '토끼와 거북'을 '토기와 고북'이라고 발음하는 것이지요.


3학년인 나나의 발음 오류는 언어 발달 지연이라기보다 고착화된 것 같아서 다른 아이보다 치료도 더디고, 나나도 훈련을 몹시 힘들어합니다. 어느 날은 발음 교정 훈련을 반복하던 중, 나나가 소리도 안 내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습니다. 그만 제 가슴이 먹먹해졌지요.


제가 나나를 처음 만났을 무렵은 더운 날씨라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물통을 들고 다녔습니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학교에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아이들에게 개인 물통을 가지고 다니도록 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저는 나나가 정수기에 머리를 거꾸로 들이밀고 물을 마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음 날 제가 집에 있던 새 텀블러를 나나에게 갖다 주었습니다. 나나는 노란색 텀블러를 들고,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이라며 펄쩍펄쩍 뛰고 빙글빙글 돌았지요.



제 교실에서는 이번 겨울 방학 두 달 동안 기초학력 향상 도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우선 대상인 나나가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나나의 아버지가 나나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것은 가능한데, 귀가와 점심식사를 해결할 수 없다고 거부한 거예요. 또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나나 혼자서 다니기에는 너무 멀고 위험해서 그냥 집에 두겠다고 했지요.


나나와 언니, 남동생은 우리 학교에서 '전교 1등 삼 남매'로 유명합니다. 이 삼 남매는 아침마다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제일 먼저 교실로 들어가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지요. 그런데, 그 시각이 대략 이른 아침 7시 30분 전후로 다른 아이들 같으면 아직 집에 있는 시간이지요.


집에서 먼 곳에 일터가 있는 나나의 아버지가 출근하는 길에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와서 내려놓고 갑니다. 나나네는 다문화 가정인데, 나나 어머니의 반복되는 가출로 아버지가 혼자서 세 아이들을 양육하며,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어려운 형편이지요.


겨울 방학을 앞두고, 학교와 선생님들은 삼 남매 때문에 고민이 컸습니다. 1학년 남동생은 학교에서 종일 돌봄이 가능하지만, 3학년 나나와 4학년 언니는 돌봄 교실 입금 대상자가 아니라서 수용이 어렵다는 거예요. 학교에서는 1~2학년을 대상으로 초등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1~2학년 아이들 중에는 돌봄 교실 입금 대기자가 이미 많은 상황이지요. 그래서, 방학 중에 나나네 삼 남매를 모두 돌봄 교실에서 돌봐 주기에는 원칙과 형평성 등의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지요.


이렇게, 우리 학교만 해도 아이들의 돌봄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절박한데, 수용은 턱없이 부족하여 안타깝지요. 전국적으로 돌봄시설의 수용 실태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더 심각할 것입니다. 물론, 오래전부터 학교와 공공 기관, 지역 아동 센터, 사설 학원, 종교 시설과 단체, 민간단체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요. 그러나,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학습은 불구하고 안전과 식사 등 기본적인 돌봄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획기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현재 태어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더욱 소중하게 보살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아동 돌봄과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