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선생의 보결수업 후기
- 관계 형성과 의사소통의 기본 -
우리 사회에서 학교만큼 그 구성원이 다채로운 곳도 드물 것입니다. 연령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초등학교의 경우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3세 유아부터 교육공무원 정년인 62세까지의 교직원이 근무합니다. 또한 학교에서 하는 일과 근무 시간까지 각각인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는 신속하게, 그리고 빈틈없이 대응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예고 없이 발생한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휴가에 대체교사를 투입하여 아이들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는 해당 선생님이 당일 아침이나 전날 밤에 휴가 사용을 요청할 때가 많습니다. 이렇듯 급하게 연락을 받고, 학교 밖에서 대체교사를 구하기란 사실 어렵지요. 더구나 단독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하니까요.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교원의 휴가는,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3장 휴가」(대통령령 제25751호, 2014.11.19),「공무원근무사항에 관한 규칙」(행정자치부령 제311호, 2005.12.30),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안전행정부예규 제93호, 2014.7.1)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원이 사용할 수 있는 휴가의 종류는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① 연가 : 정신적·신체적 휴식을 취함으로써 근무능률을 유지하고 개인 생활의 편의를 위하여 사용하는 휴가
② 병가 : 질병 또는 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또는 감염병에 걸려 다른 공무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부여받는 휴가
③ 공가 : 공무원이 일반국민의 자격으로 국가기관의 업무수행에 협조하거나 법령상 의무의 이행이 필요한 경우에 부여받는 휴가
④ 특별휴가 : 사회통념 및 관례상 특별한 사유(경조사 등)가 있는 경우 부여받는 휴가
그리고, 다음과 같은 원칙을 두고 있지요.
기관장 또는 학교의 장은 휴가를 허가함에 있어 소속 교원이 원하는 시기에 법정휴가일수가 보장되도록 하되, 연가는 학생들의 수업 등을 고려하여 부모생신일 또는 기일 등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방학 중에 실시하고, 휴가로 인한 수업 결손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선생님들이 휴가를 사용하게 되면, 학교에서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휴가를 낸 선생님의 수업을 대신할 보결교사를 배정하는 일이지요. 다행히 예측이 가능한 휴가의 경우에는 절차를 통해 미리 대체교사를 구하거나, 수업 일정을 고려하여 학교 내부에서 배정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발생하는 휴가에는 우선 학교 안에서 대체 가능한 교과전담 교사나 저 같은 기초학력 협력교사에게 보결수업을 배정합니다.
저는 지난 한 달 반 사이에 선생님들의 유고(有故; 특별한 사정이나 사고가 있음)로, 네 개 반에 들어가 보결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보결수업을 배정받게 되면 저도 매우 당황스럽습니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담임 선생님이 어제까지 진행하던 수업을 이어서 해야 되거든요. 제가 교실에 들어가서 당장 수업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오늘 무엇을 배우는지, 어제는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또 어떤 아이들이 앉아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교실에 들어갑니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것이지요. 그곳이 꽃밭인지, 사파리인지 모른 채 들어가게 되지요.
저는 이럴 때, 어린아이들 앞이지만, 무척 긴장됩니다. 또,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어르고 달래는 방법이 다르고, 교육과정과 수업에 사용하는 어휘와 말투도 달라져야 하지요. 그런데, 저는 4학년 교실에 들어갔다가, 이틀 후에는 1학년, 또 며칠 후에는 5학년 교실에 들어간 것입니다. 참 힘든 일이었지요.
어쨌든, 처음 만난 아이들과 탈 없이 일과를 마치고 나면, 긴장이 풀리고 한시름 놓게 되지요. 그런데 다음 날, 제가 보결했던 반 선생님이 출근해서 아무 말이 없으면, 마음이 상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어제 자기가 교실을 비운 사이에 아이들에게 별일 없었는지, 자기를 대신하여 빈자리를 채워 준 저에 대한 안부와 함께 물어보는 게 당연한 것 같거든요.
물론, 선생님은 교육공무원으로서 법규로 정한 범위에서 다양한 종류의 휴가를 보장받습니다. 그러므로, 그 선생님이 자신의 요청대로 휴가를 처리해 준 학교(교감선생님이 처리함)나, 보결수업을 했던 저에게 고마움을 따로 표시할 의무는 없지요. 그렇지만 저는, 자기가 휴가로 비운 교실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지냈는 지를 물어보고, 서로의 수고에 공감하며, 인사해 준 선생님이 더 좋은 선생님처럼 보인다는 것이지요.
제 생각에는 어느 사회에서든,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과 의사소통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켜 겸손하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도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했지요. 아이들이 저를 보고 배울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요.
제가 꼰대라서 그럴까요?
[전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