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협력교실 성장 보고서

- 배움 교실을 떠나며 -

by 전우주

지난 학기에 제가 한 일은, 적어도 제 교실에 온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제 교실인 배움 교실에서 학습 부진아로 차별받던 아이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갈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것은 기초학력이 부진하다고 4개 학년에서 각각 뽑혀 온 다섯 명의 아이들과 '1대 1 수업'을 한 것이 시작이었지요. 그리고 겨울방학 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날마다 세 시간씩 수업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방학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가혹했지요. 저나 아이들에게 방학의 달콤함은 없었으니까요.


저는 교사로서 20년 남짓 아이들과 교실에서 수업하다가 이후 장학사와 교육연구사, 교감, 교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장학관으로 다시 학교를 떠나 교육청에서 교육장을 끝으로 교직을 마무리했지요. 제가 학교를 떠나 있던 중에도 제 업무가 지향하는 방향과 사고의 중심은 늘 아이들과 교실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학기에 교실을 떠난 지 17년 만에 기간제 교사가 되어 다시 교실로 돌아갔습니다. 퇴직 후 다음날부터 간 그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은 제 교직 생활 전반을 되돌아보게 했지요. 저는 아이들과 만나면서 교사로서의 반성, 학교 관리자로서의 성찰, 교육행정가로서 역할에 대한 평가를 제 스스로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학교교육의 중요한 책무성 중 첫째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학기에 기초학력이 부진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때, 대상 아이들을 만나보고 제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방침을 정했지요.


첫째, 학생의 학력 부진 원인과 수준을 파악하고 개별 맞춤식으로 지도함

둘째, 학생의 정서적·심리적 지원과 담임교사 및 학부모 상담으로 통하여 협업함

셋째, 성공적인 학습 경험을 제공하여 학생의 자존감 회복과 자신감을 향상함

넷째, 개별 성취목표를 정하고 도달을 위하여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학습을 실행함


그밖에 제가 중점을 두고 노력한 것은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에 성공하는 대화를 꾸준히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기초학력이 부진한 아이들은 대부분 심리 정서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대화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했지요. 궁극적으로는 저와 아이들 간에 신뢰 관계를 형성하려는 것이었어요.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에 성공하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 다음의 노력을 했습니다.


첫째, 아이들의 말을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로 경청함

둘째, 아이들이 잘못하더라도 도전하고 시도하도록 격려하고 칭찬하는 대화함

셋째,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의사소통함

넷째, 질문과 대화가 학습의 기본이 되도록 하는 반복적인 연습 기회를 제공함


교육장으로 퇴직한 후에 다시 교실로 간 저는 정성을 다하여 아이들에게 한글과 수학 공부를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더딘 학습과 쉽게 포기해 버리는 좌절감, 태만함과 제 기대보다 느린 성장을 지켜보며 참 안타깝기도 했지요. 때로는 제 지도 방법에 대한 깊은 회의가 일기도 했습니다. 제 열정에 못 미치는 아이들 때문에 상심한 날도 많았지요. 그러나 아이들은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어요. 콩나물시루의 물이 다 흘러내려가 버린 것 같지만, 그 물로 콩나물이 자라듯이 말이에요.



한글 기본 음절표부터 공부를 시작한 아이가 세 명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새 학기를 앞두고 모두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문해력 수준이 학년에 비해 낮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요. 또한 수학은 아이들이 학년에 조금 못 미치지만 꾸준히 노력했지요.


아이들은 처음 저를 만났을 때보다 성장한 자신들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스스로 대견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하면 된다'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되었지요. 다만, 아이들이 새 학년이 되면서 또래 아이들과 견주어 스스로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을까 봐 걱정이지요.


저는 이 특별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늘 아이들을 완벽하게 사랑하려고 꿈꾸었습니다. 또 그 꿈은 아이들이 좀 느리고 부족하여 저를 좌절하게 할지라도, 아이들이 할 수 있을 때까지 제가 도와주고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되었지요.


저는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한 수업을 마칩니다. 제 교실에 왔던 아이들이 학습에 느리고 쉽게 포기하지만, 지치지 않고 더디게라도 배우고 익혀서 잘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전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