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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Aug 04. 2023

새로 만날 아이들과 처음 보는 교과서

- 다시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

빨간 머리 앤이 그랬지요. 인생은 정말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고. 며칠 전에 제가 잘 알고 지내는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다급하게 연락이 왔어요. 새 학년이 시작되었는데도 늘봄학교 업무를 맡아줄 기간제 교사를 마땅히 구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 교장 선생님은 저와 비슷한 시기에 교육전문직과 교장, 교육장을 함께했던 사람이지요. 


그런데 지금 제주는 봄이 한창입니다. 저는 제주살이와 늘봄학교 교사 중 어느 쪽이 더 행복하고 가치가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퇴직하자마자 곧바로 시작한 제주살이도 사실 이제부터 제대로 해 볼 만해졌지요. 제가 평생 몸 담아 일했던 학교 현장에서 도움을 요청한 것을 쉽게 뿌리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3월 중순에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반년 동안 쌓은 제주 지인들과의 추억, 제주 올레길, 한라산 둘레길, 한라산, 제주 바다, 제주 맛집, 주변 섬 탐방 등 아직 못다 한 제주살이 계획을 미루어 두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한편 생각해 보면, 제가 더 나이 들고 현장 감각과 업무 능력이 떨어지면 와 달라고 요청하는 곳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2023년 3월 13일부터 '늘봄학교 한시적 기간제 교사'로서 다시 교실로 갔습니다. 새 학년이 시작된 지 2주나 늦게 합류한 것이지요. 제가 할 일은 2학년 <창의적 체험 활동>과 <안전한 생활>, 4학년 <도덕> 교과를 맡아 주당 14시간 수업하고, 늘봄학교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었지요. 주당 수업 시수가 다른 선생님에 비해 적은데, <늘봄학교>의 업무 가중치를 짐작할 만합니다.


오늘은 정식으로 출근하기 전에 학교에 가서 늘봄학교 업무와 교과 전담 수업에 대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수업은 제가 오랫동안 해 온 일이니까 큰 걱정은 없었지요. 또한 제가 잘하는 일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늘봄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시범운영하고, 내년부터는 점차 확대하여 2025년에 전면 시행하려는 정책사업이기 때문에 담당자로서는 책임이 막중하지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더 설레고 기대됩니다. 학교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하는 수업이 첫째지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생각하면 제 가슴이 두근거려요. 저는 학교 연구실에서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참고 자료를 찾아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당장 월요일부터 수업을 하려면 단단히 준비를 해야겠지요.



2학년의 <안전한 생활> 교과는 제가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없던 교과여서 궁금했습니다. 특히, <창의적 체험 활동>은 제공하는 교과서와 교육과정이 없고, 지역과 학교, 아이들의 필요와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계획하여 운영하는 것이라 막연했습니다. 


2학년 선생님들은 저에게 독서와 독후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미 교육과정이 그렇게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독서 관련 활동은 제가 그동안 관심을 갖고 연구했던 분야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요.



다음은 <안전한 생활>입니다. 예전에는 안전 교육과 관련된 학습 요소를 뽑아서 연관된 교육과정 내에서 잠깐 지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독립된 교과로 안전 교육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안전 교육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2003년부터 '어린이 안전 종합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14세 미만 아동 안전사고 사망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사고 건수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하여 우리 생활환경 속의 위험 요소를 모두 제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요.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안전 관련 지식이나 기술 등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교육하여,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이 중요하지요.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여 1~2학년군에서 강조하여 교육하는 것입니다. 


2학년 아이들은 이미 1학년에서도 <안전한 생활>을 배웠고, 앞으로 1년 동안 저와 함께 이런 내용을 배우게 됩니다.


➊ 안전은 내가 먼저 

(1) 안전한 우리 집 (2) 즐겁고 안전하게   

➋ 교통안전, 이렇게 실천해요 

(1)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요 (2) 교통수단을 안전하게 이용해요 

➌ 소중한 우리 

(1) 침착하고 슬기롭게 (2)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요 (3) 나를 지켜요

➍ 안전하고 건강하게 (1) 불이 나면 (2) 계절마다 안전하게


제가 교사였던 시절을 생각하며, 교과서를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를 보면, 그 나라의 국민소득과 교육에 대한 기대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했지요. 역시 예전보다 확연하게 달라졌습니다. 질 좋은 종이와 색감을 사용하여 예쁘게 인쇄된 책이 제 마음에도 들었습니다. 


4학년의 <도덕> 교과는 4개 학급을 대상으로 주당 한 시간씩 수업합니다. 하지만, 4학년 아이들은 인성이 형성되고 다듬어져 내면화되는 시기이므로 중요하게 교육해야 하는 교과입니다. 먼저 교사용 지도서의 표지를 열었더니, 연두색 속표지의 한복판에 위엄 있게 자리한 글이 눈에 띄었어요. 논어에 나오는 '극기복례 위인(克己復禮爲仁) 즉, 자기를 극복하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도덕과 교육과정의 중요성과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었지요.



저와 함께 4학년 한 해 동안 매주 한 시간씩 도덕 시간을 통해 배워서 아이들이 '자기를 극복하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 임'을 알고, 또 그것들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하라는 의미겠지요. 저는 아이들이 제 수업을 통해 즐겁게 배우고 실천하기를 바라며, 수업 준비를 했지요. 


그리고, 새 교실과 제 교실에 들어올 2학년과 4학년 아이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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