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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Aug 04. 2023

리더의 미덕, 봉사와 헌신

- 학교 안의 불편한 문화 -

며칠 전에 제 친구가 교장으로 근무하는 학교에 교육감이 방문했답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 아니라 예고되어 있었고, 학교에서도 준비를 했다고 해요. 교육감은 유치원 방과 후과정 교실과 초등 돌봄 교실 등 방과 후까지 아이들이 남아 있는 교실을  들여다 보고, 교장실에 학교 교육과정 등을 이야기하며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학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교사 중 한 사람이 그 자리에 배석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제 친구는 속이 많이 상했던 모양이에요. 저도 좀 의아했습니다. 그 선생님은 평소에 교장, 교감, 그리고 본인이 교내 서열 3위라고 위계를 강조하는 사람이라고 들었거든요. 


사실 그 정도로 자기의 위상을 강조하는 사람이라면 학교 내에서의 역할과 학교구성원으로서의 자세가 다른 교사들과는 차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 교사가 자신의 배치 목적과 역할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면 교육감이 방문했을 때, 함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또 교육감과의 협의회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교육에 반영하며, 특수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은 수석교사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요. 


그런데 제 친구가 그 교사에게 교육감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줄 것을 제안했을 때 별다른 이유도 말하지 않고 거부했다는 거예요. 제 친구는 그 교사가 퇴근 후의 일정에 교장이 참석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짐작하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고 해요. 



 "교육감이 온다고 교장이 퇴근시간 이후까지 남아서 회의에 참석하라는데, 난 단칼에 거부했어!"


아마도 그 교사는 다른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가 교사들 사이에서 무용담처럼 포장되어 교내외에 퍼질 것이 틀림없을 거라고 짐작해요. 그런 경우를 많이 보고 들었거든요.


저는 교육연수원에서 교육연구사, 교육연구관으로 근무했고, 교육청에서도 장학사, 장학관으로 꽤나 오래 근무했지요. 학교장과 교육장도 역임했습니다. 하지만, 교직생활 중 학교에서 근무한 경력이 가장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근무한 기관들을 비교했을 때, 학교에 있는 불편한 문화를 알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학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의 학교와 교사가 그런 경향성을 갖는다는 것이지요. 


그중 하나가 일부 교직원 중에는 교감이나 교장이 제안 또는 지시한 일을 쉽게 묵살하고 거부하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 이야기를 마치 승전 소식을 전하듯 동료들과 나누고 퍼트리지요. 그 제안이나 지시가 부당하다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무턱대고 말이에요. 


제가 무조건 순응하는 조직 문화가 옳다고 말하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학교에는 교감이나 교장의 말에 따르지 않고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심지어 스스로 영웅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야기지요.



학교는 매우 독특한 조직 문화를 가진 사회입니다. 교장과 교감을 제외하고는 이제 막 입직한 신규 교사와 정년 퇴직을 앞둔 부모뻘 교사가 같은 교사의 직급인 것이지요. 교사의 업무는 학생을 교육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업무 외에는 조금씩 다른 보직을 맡아서 하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교직원들 사이에는 비교적 수평적인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 교사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상당한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선생님들은 그 사람이 누구든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지시하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학교는 교사를 통해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또 아이들은 세상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요. 세상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봉사와 헌신, 그리고 배려를 아이들이 제대로 배워야 하는 곳이에요. 그러므로, 학교에서 교사가 그런 것들을 솔선수범하여 실천하는 것이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매우 중요한 가치이자 행동 덕목이지요.


제가 앞에서 말한 그 수석교사는 학교 조직에서 리더 그룹에 속하는 중간 관리자의 위치이며, 그 역할과 책무성 또한 중요한 사람이지요. 저는 리더로서의 중요한 자질과 품성은 봉사와 헌신, 그리고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 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지요.


그리고 그날 교육감이 돌봄과 관련해서 학교를 방문한 것은 그 학교에서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 교사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행사 참석을 거부한 것이지요. 퇴근 시간을 침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 교사가 갖고 있는 조직에 대한 인식과 공동체 의식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학교 조직에서 그 교사는 과연 다른 선생님들을 통솔하고 지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교사가 학교 내에서 핵심 교사로서 하게 될 역할과 업무적 행위가 많은 선생님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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