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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Aug 08. 2023

친절한 AI, 학부모에게 보내는 문자 자동 생성

- AI의 교육적 활용에 관한 이야기 -

어느 날 제가 들어 있는 한 단톡방의 주제는 AI의 교육적 활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단톡방에서는 AI를 교실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하여 진지하게 연구하는 선생님들이 자신의 경험과 그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조 선생님이 먼저 '친절한 학부모 문자 생성기랍니다'라고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어서 수업 중에 교사를 향해 막말과 큰 소리를 쳐서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하여 학부모에게 알리는 문자를 AI에게 써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AI가 생성한 산출물을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 학부모에게 보내는 문자를 생성하도록 AI에게 명령하여 얻은 산출물들



그러자 다른 선생님은 지각한 학생에 대하여 학부모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문자를 생성하도록 AI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산출물 내용을 캡처하여 사진을 연달아 올렸습니다.







단톡방에 있던 한 선생님이 AI가 생성한 문자들을 읽고 나서, '약 파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사의 영혼은 없으나 문자의 오류와 의미상 오해가 원인이 되는 민원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지요. 


저는 AI에 관하여 교육연수나 방송에서 들은 적은 있지만,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만든 것은 처음 보았어요. 제가 이런 것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지 물었지요. 그랬더니 최근에 AI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는 송 선생님이 답글을 올렸습니다. 


"앞으로 많이 사용할 것 같아요. 교사가 감정을 섞지 않고 학부모가 불쾌하지 않을 수준으로 전달할 수 있잖아요? 제가 공부하면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앞으로 AI가 활성화되면 인간은 글쓰기 능력을 잃게 될 거래요."



그럴까요? 저는 글쓰기 능력을 잃는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글쓰기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여겨온 읽고, 관찰하고, 비판하고, 공감하고, 협력하는 능력을 잃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말이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AI에게 명령(부탁)하여 얻은 산출물을 '자기 글'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세상이 올까요? 그것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그런 일이 일반화되고 인용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많은 선생님들이 연수를 통하여 AI에게 명령어를 입력하고 잠시 기다리면 웬만한 사람보다 더 잘 써 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그렇게 활용할 줄도 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글쓰기 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다른 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는 노래를 부를 때, 당연히 가사를 외워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노래방 기계가 나오고부터는 사람들이 가사를 외고 있지 않아도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지요. 결국 사람들은 가사를 외는 능력 하나가 쓸모없게 되었지요.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외는 능력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 그 필요성에서 멀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잃게 된 것도 같은 것이지요.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그 능력을 잃게 된 셈이지요.


또 하나는 내비게이션이 나오기 전까지는 운전을 하여 낯선 곳을 찾아갈 때는 지도를 꼼꼼히 보고 표지판을 보면서 갔습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그 안내에 따라서 길을 가지요. 사람들에게 지도와 표지판을 보고 길을 찾는 능력도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 AI가 생성한 문자 중 학교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 같은 예


학생생활기록부에는 학생의 행동 발달 사항을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책 읽기를 즐겨함'이라는 학생의 특성을 나타내는 짤막한 문장을 입력했습니다. 그러자, AI는 다음과 같이 상세한 내용의 산출물을 답변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 *행발 = 행동 발달 ]




단톡방에 함께 있던 교장 선생님은 요즘 그 학교에서 한 교사 때문에 학교구성원 전체가 고민이 깊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AI에게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곧이어 AI의 답변을 아래와 같이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이미 선생님들이 개별 연구나 전문적 학습 공동체 등의 공동 연수를 통해서 다 알고 있는 정보 자료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깜짝 놀랄 만큼 매우 새로웠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학교에서 진행한 전문적 학습 공동체에서 밝힌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 선생님은 수업지도안을 작성하다가 잘 풀리지 않아서 AI에게 작성해 보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자기보다 더 짜임새 있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도입하여 작성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말이지요. 또 AI는 평가문항도 잘 만들어 주었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미래 사회를 예측하며 앞서가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은 이미 수업은 물론 인사말, 학생생활기록부의 종합의견, 축제, 행사 프로그램과 인사말 등에서 AI가 작성한 내용을 부분적으로 활용하거나 참고하고 있지요.





저는 이제 이런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합니다. 제가 익숙하게 알고 사용했던 기능이나 기기들은 이미 대부분 폐기되었지요. 그러니, 학교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능과 기기 사용을 익혀야 합니다. 저는 AI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활용하지도 못하지요. 하지만 조바심이 들지는 않아요. 제가 그것들을 알지 못하고 실행할 수 없어도 저의 시간은 평화롭게 흘러가지요. 참 다행입니다. 아, 이래서 정년퇴직 제도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단톡방에서 오고 간 이야기가 뭐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컴퓨터가 교실 수업과 행정 업무에 도입되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연세가 많은 선생님들은 당황스럽고 죄책감이 들어 그만두고 싶다고 했지요. 그리고 선배들이 그것들을 어려워할 때, 저와 같은 세대는 컴퓨터를 더듬거리며 배워서 그 일을 해냈지요. 


이제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보다 젊은 세대들이 알아서 해낼 차례입니다. 변화를 선도하는 것은 그들 몫이니까요. 세상은, 학교는, 그렇게 변화하면서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세대는 이제 그 변화가 본질에서 멀어지지 않나 정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겠지요.


제 생각에는 머지않아 선생님들이 AI에게 명령어를 입력하여 작성된 알림 문자와 학생생활기록부를 학부모들이 받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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