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사유들
생각이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생각의 사전적 정의.
1.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2.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에 대한 기억.
3.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짐. 또는 그런 일.
4.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음. 또는 그런 마음.
5.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상상해 봄. 또는 그런 상상.
6.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이나 느낌을 가짐. 또는 그 의견이나 느낌.
7. 어떤 사람이나 일에 대하여 성의를 보이거나 정성을 기울임. 또는 그런 일.
8. 사리를 분별함. 또는 그런 일.
1.
생각은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만질 수 없다.
나는 머릿속에서 생각을 어떤 형태로 인식하나
최근 동생과 수다가 터진 날, 동생에게 생각이 뭐라고 생각하냐 물어봤다.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라고 누가 물으면 머릿속에 어떤 작용이 일어나?" 했더니
"옛날에 '스펀지'에서 나오듯이 '인생은 ㅁ다.'라는 생각이 들고, 네모 안에 무슨 말이 들어가야 할까 생각이 들어"라고 한다.
놀랍고 웃겨서 한참을 배를 잡고 웃었다. "진짜? 진짜로?"되물으며.
나의 경우,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들으면
울창한 숲 속의 오솔길이 떠오르고, 춥고 외로운 느낌과 함께 어스름한 새벽이 떠오른다. 동시에 보고 싶은 조카들과 따뜻하고 귀여운 것들. 또 언젠가 엄마가 했던 인생에 대한 말들, 또 언젠가 영화나 책을 보고 내가 생각했던 문장으로 이루어진 인생에 대한 정의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빠가 "다음은 나라는 생각도 들지"라고 했던 말. 나의 인생을 둘러싼 관계들과 사람들과 일, 나의 행적과 잘못들. 더 곰곰이 생각하면 나의 존재의 이유, 인생의 시작과 끝. 나뿐만 아닌 인간의 인생.
많은 것들이 떠오르는데
동생은
"인생은 네모다."
라는 문장을 떠올린다니.
내가 30년간 믿어왔던 "생각"과 내 동생이 그간 이해했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같은 배에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랐는데도. 재미있으면서 신기하다.
또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추상적인 질문에 동생은 빠르게 대답하는 편이 아니다. 고민하고 고심하다가 대답을 포기하는 편이다. 나는 위에 써놓았다시피 생각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속기사를 두어야 할 판이다. 동생 왈, 네모 안에 인생을 넣으려고 하니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한다. 전직 전교 1등의 이유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정답을 참 좋아한다.
무엇이 맞다 틀리다 할 수 없는 '생각'에 대한 "생각"은 몇 주를 나를 맴돌았다. 말로 표현하기도, 글로 표현하기도 뭣한 이 생각들은 이 브런치 북을 발행해야겠다는 결심을 앞당겨주기도 했다.
2.
동생과 한참 대화를 하다가 둘 다 춥다고 느낀다.
화장실 문이 열려있다.
화장실 안의 창고문도 열려있다.
나는 그냥 문을 닫고 온다.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다.
추우니> 문 닫는 행동> 끝
동생은 그걸 보더니, "왜 창고문이 열려있지?" 한다.
그게 왜 궁금한 거야? 그런 것도 생각으로 쳐? 물으니, "이런 게 다 생각이지" 한다.
동생은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와 같은 것들에는 "왜"를 붙이지 않는다.
추운데 창고문이 왜 열려있는지. 와 같은 것들에 "왜"를 붙인다.
우리는 서로 쓸데없는 생각이 많다고 생각한다.
3.
나는 가끔 내 뇌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내가 왜 이러는지, 왜 이런 생각들을 하는지
그리고 이 생각들의 종착지는 어디인지 미치도록 알고 싶다.
또, 동생이 되어 동생의 생각을 따라가 보고 싶다.
나와 비슷하면서도 나와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사람.
왜 사냐는 물음에 "태어났으니 살지."라고 말하는 심플한 사람.
그런데도 회사에서 잡힌 면담일정에는 며칠 내내 잠을 설치는 귀여운 사람.
내 생각엔 발이 없다.
생각을 생각하다가
동생을 생각하게 되었다.
머릿속이 온통 동생이다.
4.
생각 off
생각을 끌 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가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음악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