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으로 도배된 (______)

죄다 벚꽃이다

by 해마

죄다 벚꽃이다.

인간은 참 신기한 생물이다. 매년 찾아오는 봄과 벚꽃인데 매 번 구경 다닌다.


강남역

강남역에 갔던 날이었다. 흩날리는 벚꽃과 달뜬 사람들의 표정과 빨간 문구가 쓰여진 깃발을 흔들며 지나가는 시위대가 이상하리만치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다.


서리풀공원

공원이 목적은 아니었고, 서리풀 터널을 통과하고 싶었을 뿐이다. 길치라서 서리풀 공원에 흘러들어 갔는데 젊은 부부들이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나는 "벚꽃"이 떨어진다! 라기보단 벚꽃이 "떨어진다"에 집중했으므로 나와 저 새싹 같은 아이들이 한 공간에 있는 게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벚꽃

꽃잎의 입장에서는 흩날리며 떨어지는 게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을 보며 '우와 예쁘다'하는 것은 인간이 얼마나 인간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전,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봤다. 자신의 딸을 부검하는 동안 무너지던 송강호가 배두나의 부검을 바라보며 하품하는 장면은 인간의 이기성, 잔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에 나오는 자르고 썰고 찌르는 장면들보다 잔인하게 느껴졌다.


잠실

잠실에 벚꽃과 관련된 명소가 있던가? 병원에 가던 길이었다. 지하철이건 길이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났다. M에게 물어보니 잠실에 석촌호수가 있다고 한다. 벚꽃이 되고 싶었는데 실패한 날이었다. 사람들은 돗자리를 들고 도시락을 싸들고 벚꽃이 자살하는 걸 보러 다닌다.


카톡

카톡 프로필도 전부 벚꽃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다. 분명 나도 벚꽃길에서 찍은 사진을 프사로 올렸던 적이 있었다. 언제부터 벚꽃을 보며 예쁘다기보다 서글펐는지 모르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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