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진료일지
진료를 본 지 며칠도 안되었는데 또 가자니 귀찮고 싫다.
다음 주 있을 회식에 대한 이야기와 나의 몸상태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야구이야기 등을 했던 것 같다.
요즘 야구에 빠져있다니, 그건 아주 좋은 현상이라 하셨다. (첫 직관에 역전패를 당하고 열받아서 바로 다음날 직관을 또 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이랑 많이 친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보다 라포형성이 많이 된 것 같아 좋았다.
진료 초기엔 선생님 말씀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고, 조금 지나선 귀로는 들었으나 머리로는 반박했었다.
지금은 열심히 이해하려고 하고 경청도 한다. 내가 마음의 문이 열려서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야기 중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선생님이
“나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
고 하셨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눈물에 대해 이야기하고픈 생각이 안 들어, 함구하고 있으니 선생님께선 콕 집어 다시 물어보셨다.
어떤 말이나 생각 때문에 우시냐고.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했다.
“나에 대한 보상”이라는 걸 해 본 적 없는 것 같다고. 쇼핑 등으로 자잘한 보상이야 자주 하지만, 그게
내 내면 깊은 곳까지 보상을 주는 건 아니라고 했다.
선생님은 평소에 잘하는 행동은 보상이 될 수 없다고 하셨다.
나는 내 내면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무엇으로 달래야 할지 아직 모른다. 나는 내가 어렵다.
너무 자주 우는 내가 싫다. 그간 우는 사람들을 이해 못 했던 나를 다시 한번 책망하는 시간.
M과의 약속장소로 가는 길부터 도착해서까지 선생님이 숙제로 내주신 기질검사(TCI)를 했다. 결과가 벌써 궁금하지만 다음 주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