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정신의학과 진료일지

by 해마


-이번 주는 어땠나요?


-뭐가요?ㅎㅎ


-지내는 게요


-지난주보다 괜찮았어요. 야구를 보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고요.


-다행이네요. 뭐든 집중할 수 있다는 건 좋죠.


-네,.. 그런가요? 야구가 끝나면 다시 우울해질까 봐 불안하기도 해요.


-지금은 제가 해마님이라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게 어색하고, 우울할까 봐 불안할 것 같아요. 거기에 이유가 있다면 오히려 다행이죠.


-네….


-해마님은 명상해보셨나요?


-전에 친구가 권해서 시도는 해봤는데, 자꾸 딴생각이 나서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몇 번 하다가 관뒀어요.


-해마님이 명상을 비호감으로 생각하실 건 아는데, 마음 챙김이라고 하죠. 그 정의와 의미를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요. 그냥 멍 때린다거나 가만히 있는 게 명상은 아니에요.


-그럼요?


-딴생각이 나는 것조차도 “내가 ~~ 생각이 드네.” 하고 판단하지 않고 현실을 보고 흘려보내는 게 마음 챙김이에요. 해마님은 특히 “자애명상”을 해보셨으면 해요.


-되게 어려운 거네요ㅎㅎ제가 명상에 거부감 가질 걸 어떻게 아셨어요?


-해마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많이 판단하시거든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마음 챙김이.


-오, 맞아요. 제가 제일 못하는 거예요.


제일 못하는 걸 하라고 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제일 싫어하는 걸 하라고 할 땐..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것.

내가 제일 못하고 싫어하는 거다.


책상을 버리고 지낸, 근 몇 개월을 못 버티고 책상을 새로 샀다. 책상조차도 꼴 보기가 싫어서 버렸었다.

이제 공부할 일 없겠다 싶어서.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책상 하나가 있는 것만으로 휴식이 생긴 기분이다. 물론, 앉아 생각할 시간이 늘어 자가검열도 함께 늘었다.

이 순간에도 모순적인 나를 못 견디겠으니까. 나의 인간 혐오는 나를 혐오하는 것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어쨌든, 나름 작업(?)을 할 책상이 생긴 건 정말 마음에 든다. 비록 내가 조립해서 만든 내구성 구린 싸구려 책상이지만 이 80cm가 소중하다.


+ 새로 알게 된 사실 1

나는 화를 잘 안내는 사람이었다.

화를 내기보단 노여워할 뿐.

다른가? 싶지만 다르다.

사전에 따르면

노여워하다 : 화가 치밀 만큼 분해하거나 섭섭해하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몹시 언짢아하다.인데

그러니까 나는, 분하거나 섭섭하거나 언짢아한다.

그리 좋은 성격은 못되어서 자주 언짢지만, 화를 낸 것을 생각해 내려면 몇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새로 알게 된 사실 2

회사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으니, 퇴근하고 에너지가 조금 남아있다.

회사에서 여태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었나 보다.


+새로 알게 된 사실 3

악몽은 자주 꿔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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