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진료일지
요즘 내 진료시간은 7시 25분이다.
병원이 문을 닫는 시간은 7시 30분.
물론 선생님께서 몇 주 간 30분을 훌쩍 넘겨서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지만,
내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선생님의 퇴근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아는 이상 긴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했다.
눈물이 나 울면서도 눈치를 봤던 것 같다.
선생님도 옆 방 원장님이 창문을 닫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를 들을 때면 집에 가고 싶으시겠지.
감사한 일이지만 나 역시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어제 든 허무감은 내용 없는 진료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이제 진료를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진료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진료를 하자는 말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든 아무 말 않고 있든 정해진 시간을 우리에게 주자는 말씀이었다.
나는 격하게 동의했다. 내가 바라던 바다.
하지만 어쨌건 어제는 진료를 보지 못한 거나 진배없고, 나는 일주일을 버텨야 한다.
버텨야 하는 생각에 눈물이 물컥 넘어오는 걸 삼켰다.
선생님은 “상담을 따로 받는 것도 싫어하실 것 같고, 생물학적 치료도 안 좋아하시니.. “라고 말씀하시며 진료를 구조화하자고 하셨다.
그런 의도가 아닌 것 알지만,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하는 말 안 듣는 나를 곤란해하실 것 같았다.
나는 항상 말 안 듣는 청개구리.
“선생님께도 마음을 열기까지 오래 걸렸고, 아직 말 안 한 것도 많은데 새로운 상담 선생님을 만나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니 벌써 힘들어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상담을 따로 받기는 싫다고.
선생님은 내가 상담을 싫어하는 것보다 100프로를 말씀드리지 않은 것에 놀라시는 것 같다.
그건 언제쯤 말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쉽진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