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들

정신의학과 진료일지 2

by 해마

빼먹지 않던 진료일지를 빼먹었다.

연말이 되니 워낙 바쁘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이슈가 많기도 했다.


하루

엄마랑 아빠가 빚을 갚아줬다.

고향친구들을 만나 모든 걸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많이 울었다.


하루

연봉이 올랐다.

관계를 어느 정도 정리했다.


하루

바보 같은 짓과 바보 같은 행동을 했다.

술에 취하면 너무 솔직해지는 게 단점이다.


하루

일 년을 죽지 않고 살아낸 나 자신에게 선물과 칭찬을 줬다. 반신욕을 하며 맥주를 마셨다. 2025년 중 가장 기분이 좋았다. L에게 전화도 했다.


하루

진료시간에 선생님께 감사를 전했다.

한 해 동안 정말 힘들었을 거라며 내 일 년을 높이 사주신 선생님. 그 이야기가 씨앗이 되어 여러 하루들에 좋은 생각을 자라게 했고 그게 좀 따뜻했다.


하루

미웠던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하루

컨디션이 떨어지면 말소리가 굉장히 거슬린다. 거의 먹어본 적 없는 필요시 약의 효과를 체감했다.


하루

물속은 평화롭고 자유롭다. 물놀이는 웃음을 주고 안정을 준다.


하루

네 일 한 손톱은 꽤나 날카롭게 상처를 낼 수 있다.


그래도, 일 년을 살아냈다.

목표가 고작“살아내기”가 된 점이 심히 유감스럽고 비참하지만 어쨌든 “살고 싶지 않다”에서 “죽고 싶다”로 미음이ㅣ 바뀐 점은 긍정적이다. 매우 (P)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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