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 걸음과 레인부츠

정신의학과 진료일지 2

by 해마

1.

선생님을 만난 지 벌써 1년 남짓 되어간다.

이제야 선생님을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불가피한 사정으로 한 달간 휴진을 하신다.

미리 설명해 주셔서 알고 있었는데 막상 닥치니

버려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택도 없고 객관성 없는 생각이란 것도 안다.

그렇지만 누구나 그렇듯

이성과 감정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둘이 발맞춰 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끔 엇박이 나서 넘어지는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절대 발맞춰 걸을 수 없는 바보 같은 망아지로 태어났으니,

엇박자로 어그러진 채 걸을 수밖에.


무튼 버려진다는 감정이 나를 휘몰아쳐서

잘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울어버렸다.

안 그래도 미안해하는 선생님의 마음에 짐을 얹은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다.


2.

왼쪽 손목에 갑자기 물고기를 그려 넣은 이유를 말하자면 레인부츠와 일맥상통한데,

왼팔이 꼴 보기 싫어져서 보면 기분 좋아질 요소를 하나 넣어본 것뿐이다.


수험생 시절에 큰맘 먹고 산 레인부츠가 있다.

비가 오는 날 나가는 것을 그렇게나 싫어하던 나였는데,

좋아하는 요소가 하나 추가된 것만으로 비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나는 비가 오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발과 다리가 젖는 게 싫었던 것이었다.

지금은 왼팔이 보기 싫은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무엇이 싫은지.

이럴 때는 대입이 잘 안 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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