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진료일지 2
하루가 늦었다.
진료는 2주에 한 번 가는데, 매주 진료일지는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약속을 어기고 싶지는 않아 일단 쓴다.
3월에 새로 병원을 오픈 예정이던 3번 방 선생님.
바로 예약을 하려고 계속 병원 정보를 찾았는데
병원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가진 거라곤 선생님이 주신 명함 한 장뿐.
그 명함을 지갑에서 얼마나 꺼내어봤는지 모르겠다.
꼬깃꼬깃해져 있다.
명함에서 병원에 대한 실마리를 캐내려고 했지만
알아낼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오늘 문자가 왔다.
개원이 4월로 미뤄졌다는 내용의 문자.
절망적이다.
3번 방 선생님이 개원 준비에 들어서면서
담당 선생님이 바뀌었다.
1번 방 선생님은 공감을 참 잘해주시는데,
와닿은 적은 없다.
매 진료 똑같은 패턴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뭐라고 선생님을 분석하겠냐만은
대화를 나누는 입장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진정성과 진심은 또 다른 말인데
내가 좋아졌으면 하는 진심은 느껴지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심연에 들어설 때면 전남친을 찾듯
3번 방 선생님이 아른거린다.
알게 모르게 의지를 많이 하고 있었던가.
말뿐인 공감이나 위로보다
솔직하시던 3번 방 선생님이 그립다.
요즘은 M앞에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던가.
나의 자해행동까지는 감당할 수 없고,
그걸 고쳐야 결혼하겠다는 M의 말에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서운하고 억울했다.
나는 조건 없이 무해한 M 자체를 사랑하는데,
나와 함께함에 조건이 붙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조용히 M에게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조건이 있어야 나와 함께할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M은 그게 어떻게 조건이냐며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있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삶에 미련이 없는 사람과 어떻게 결혼을 하겠냐며.
왜 자꾸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냐며.
맞는 말. 맞는 말. 맞는 말의 연속이라 할 말이 없었다.
다 맞는 말이야. 라며 이야기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죽고 싶다는 말들에 상처받고 있었던 걸까
미안해진다.
그리고
앞으로는 M에게 말을 삼가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사실 누군가에게 이해받으려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