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배와 별빛

by 글 쓰는 흰둥이

깊은 밤 발아래를 내려다보던 별빛은 고고히 떠다니는 고깃배를 보았다.

배 한 귀퉁이 진중한 눈으로 수면을 바라보던 백발의 노인.

노인의 미간엔 깊게 패인 주름살에 소금기 가득한 땀 한방울 맻혀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별빛은 물었다.

서늘한 공기는 그대에게 뭍으로 향하라 일러줍니다. 왜 아직 이곳에 머무르지요?


노인은 답했다.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노인의 투박한 손은 수면에 가라앉은 그물을 당기려 안간힘쓴다.

깊게 패이고, 불어 터진 손끝은 고기들의 몸부림에 신음을 토해낸다.

배 위에 고기들을 쏟아낸 노인은 큰 것, 작은 것 골라내며 묵묵히 그물을 정리했다.


별빛은 말했다.

그대에게 별빛이 안식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오.


노인은 답했다.

이 고깃배가 저의 피난처입니다. 별빛은 등대이지요. 당신의 시선이 늘 제게 머물러 주어 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별빛은 침묵했다. 오늘 노인의 조업도 어제와 같기를.



16화 노동, 사유 속 조난으로부터의 피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