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개월 전에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는 평생 목에 걸고 계셨던 십자가 금목걸이를 나에게 주고 가셨다. 십자가목걸이는 우상과 같다는 느낌에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물품이다. 어머니의 목걸이라 울컥하고 감동으로 받았지만 우상숭배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었다. 때 마침 신 론 학과목에서 내가 질문하고 대답하는 페이퍼를 제출해야 되어, ‘십자가목걸이는 우상숭배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하기로 한다.
하나님은 “스스로 부패하여 자기를 위해 어떤 형상이든지 우상을 새겨 만들지 말라”라고 명령하셨다. (신 4:16)
그렇다면 우상이란 무엇인가?
우상이란 단순히 조각한 형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삶을 주관하여서 자신에게 기쁨과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믿음으로써 하나님을 대신하는 존재를 말한다. 현대에서 가장 대표적인 우상은 돈이다. 돈이 자기 삶을 지배하고 기쁨과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오직 돈을 위해서 또 돈에 의해서 살고 죽기 때문이다.
교회 예배실에 달린 십자가나 목걸이 십자가의 경우는 우상이 아니다. 교회 십자가는 예수님의 대속구원의 은혜를 상징하므로 신자들이 예배를 볼 때나 기도할 때에 그 의미를 회상시키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십자가목걸이는 자신이 그리스도 은혜 안에 항상 거하고 있으며 그분 따라가는 삶을 살겠다는 뜻을 상징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들의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과 여호와가 맺은 언약에 동참한다는 표시로 할례를 행해서 몸에 지닌 것처럼 말이다. (창 17:9-14)
동일한 대상이라도 단순히 어떤 의미를 상징하는 기념품으로 그치면 우상이 아니지만, 그것 자체에 능력이 있어서 하나님을 대신하거나 인생을 목표가 되어서 자기 삶을 좌우하면 우상이 된다.
우상숭배는 십계명의 두 번째 계명에서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출 20:4,5)
하나님이 강조하는 사항은 둘이다. 첫째는 너를 위하여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인데 인간이 자기 위로를 위해서 스스로 하나님을 대체하는 존재를 지니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는 그것들에 경배하거나 섬기지 말라는 것이다. 곧 첫째 계명인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 게 두지 말라”를 위반하면 우상숭배이다.
십자가는 부활의 상징이며 예수님의 고난의 상징이지 그것이 믿음의 대상물이 아니다.
먼저 십자가 목걸이나 반지나 아니면 그냥 부착물이든지, 만약 자기의 소원성취와 길흉화복의 종교의 목적이라면 분명히 우상이 된다.
고대의 장신구에는 자기들이 섬기는 우상 신상이 새겨져 있다. 야곱이 이방 땅의 도피생활을 청산하고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는 중에 도망가는 첫날밤에 하나님이 꿈에 나타나 반드시 이 땅을 기업으로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베델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처자식들과 종들에게서 혹시 갖고 나왔을 이방 신상과 귀고리를 전부 수거해서 땅에 묻었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창 35:1-4)
십자가 목걸이를 하는 것이 하나님을 진심으로 힘과 뜻을 다해 사랑하겠다는 의미라면 괜찮다. 나는 너무나 연약하고 죄에 지든 존재인지라 십자가 외에는 아무 소망이 없다는 신앙 고백이어야 한다. 또 내가 이제껏 사는 것은 오직 십자가 은혜에 힘입은 것이며 그 안에 끝까지 남아 있겠다는 헌신의 표식이어야 한다.
결국 하나님이 장신구를 제거하라고 명한 이유는 장신구 모두가 작은 우상이었기 때문이다. 교회 예배실에 달린 십자가나 목걸이 십자가는 우상이 아니다. 교회의 십자가는 예수의 대속구원의 은혜를 상징하므로 신자들이 예배를 볼 때나 기도할 때에 그 의미를 회상시키는 역할만 한다.
그러나 자칫 십자가가 우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드라큘라 영화 에서처럼 십자가를 손에 들고 사탄아 물러가라는 식이 되면 조각한 십자가 자체가 마치 큰 능력이 있는 것처럼 믿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십자가를 만지면서 기도하면 응답이 잘 되거나 좋은 일이 생긴다는 식으로 여기면 우상이 된다. 사탄을 물리치기나 신자의 인생을 주관하는 것은 조각한 십자가 형상이 아니라 골고다 십자가에 실현된 하나님의 사랑과 권능이다. 동일한 대상이라도 단순히 어떤 의미를 상징하는 기념품으로 그치면 우상이 아니다.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말한다.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하나님 자신에 주목하지 않고 하나님 자신이 만든 것을 섬기고자 한다. 그리하여 지으신 분을 망각하고 그분이 행하신 표적만을 좇는다. 하나님을 멀리하면 그분이 주신 은사와 소명도 다 우상이 된다.”
감사함을 가지고 어머니가 주고 가신 십자가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본다. “어머니, 참으로 이쁘네요.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