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시어머니가 함께 사는 산호세에 도착했다. 시어머니의
79번째 생일을 맞아, 나는 7시간 장거리 운전을 마치고 이곳에 왔다. 도착하자마자 딸과 점심을 함께했다. 긴 투병 끝에 머리칼이 조금 자라난 딸은 짧은 머리로 웃고 있었고, 빼빼 마른 몸도 조금은 푸근해 보였다. 유방암 3기로 수술과 항암, 재수술과 방사선치료를 거쳐 이제는 호르몬 치료에 들어간 딸. 아침마다 산책과 운동을 이어가는 모습이 건강해 보이지만, 작은 자극에도 눈시울을 적신다. 그 모습 속에서 나는 회복과 아픔이 함께 흐르는 시간을 본다.
먼 길을 달려
시어머니의 생일과
딸의 오늘을 동시에 맞이한다.
생의 무게와 희망이
하나의 집 안에 함께 앉아 있다.
딸의 짧은 머리칼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긴 고통의 계절을 기억한다.
항암제의 냄새, 병원의 하얀 불빛,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기도의 숨결.
이제는 걷는다,
새벽 공기 속으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 한 걸음이 곧
삶을 다시 열어가는 문이 된다.
눈물이 번지는 순간에도
웃음은 다시 돌아오고
몸은 기억하듯 회복을 시작한다.
나는 그 곁에서
조용히 함께 운다.
오늘 우리는
79년의 생일과
다시 시작된 생명의 계절을 함께 맞는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길 위에
사랑이 우리를 붙들고
미래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