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을 다시 펼치는 계절

by 이사벨라


새학기가 시작됐다. 이번 학기 과목은 ‘구약신학 적용’.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살짝 조여 온다. 구약은 늘 그런 책이다. 익숙한 위로보다 낯선 풍경이 먼저 보이고, 단정한 결론보다 오래된 이야기의 먼지가 먼저 손에 묻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두꺼운 페이지를 다시 펼치는 계절이 오면 마음 한쪽이 조용히 기대한다. 이번에는 “빨리 적용”하기보다, 먼저 말씀 앞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왜 많은 목회자들이 구약 설교를 주저할까. 어렵기 때문이다. 배경도 복잡하고, 본문은 거칠고, 잘못 다루면 상처가 날 것 같다. 또 불편하기도 하다. 심판과 전쟁,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오늘의 언어와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약은 때로 ‘교훈을 뽑아내는 창고’가 되거나, 반대로 ‘신약 앞에서 뒤로 물러나는 책’이 되어 버린다. 피하면 더 멀어지고, 멀어지면 더 피하게 되는 악순환. 그 사이에 성경의 절반은 조용히 닫힌 채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구약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같은 필독을 읽으며 다시 배우는 지도 모른다. 구약을 억지로 오늘로 끌어오지 말고, 먼저 그 자리에서 말하게 하라고. 광야의 바람과 포로의 눈물, 예언자의 탄식 속에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천천히 들으라고. 그다음에야, 그 긴 이야기가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조심스럽게 다리를 놓으라고. 빠른 결론 대신 깊은 경청. 그 경청이 쌓일수록, 적용은 오히려 더 진짜가 된다. “무엇을 해야 한다”보다 먼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가 가슴에 남기 때문이다.


나는 이 학기를, 그 은총 안에서 무사히 마치고 싶다. 과제를 끝내는 의미가 아니라, 말씀이 내 안에서 조금 더 살아나는 의미로. 구약이 두려운 책이 아니라, 하나님을 더 크게 만나게 하는 길이 되기를. 언젠가 강단에서 구약이 다시 숨 쉬고, 그 숨이 교회를 단단하게 세우는 날이 오기를. 오늘도 조용히 기도하며 책을 펼친다. “주님, 이 오래된 말씀을 오늘의 생명으로 듣게 하소서. 그리고 그 생명을, 제 삶으로 옮기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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