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냥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울하지는 않다. 오히려 평온하다. 다만 그 평온이 완전히 “정지 상태”는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가만히 있어도 마음 어딘가가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 마치 배터리가 3% 남았는데도 폰이 생각보다 오래 버티는 느낌. “나 아직 꺼지진 않아” 같은.
나는 이런 날을 믿게 됐다. 목적이 없는데도 무언가를 하고 싶은 날. 결론을 낼 만큼 대단한 감정은 없는데, 아무 말이나라도 꺼내고 싶은 날. 철학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종종 의미를 찾기보다 의미를 생성하려고 한다. 그리고 글쓰기는 그 생성의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다. 커피 한 잔을 마시듯, 단어 몇 개를 적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 나 여기 있었지” 하고 돌아오는 일이 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밝음은 대개 큰 소리로 오지 않는다. 파티처럼 등장하지도 않고, 종종 미세한 장면으로 슬쩍 들어온다. 창문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바닥에 눕는 순간이라든지, 물이 끓는 소리가 집 안에 리듬을 만들 때라든지, 별생각 없이 걷다가 내가 내 발걸음 소리를 듣는 순간 같은 것. 우리는 그런 작은 장면들을 잘 지나쳐 버린다. 왜냐하면 너무 “소소해서” 기억할 가치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삶은 결국 소소한 것들의 연속이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소소함은 갑자기 꽤 중요한 것이 된다.
그래서 오늘의 글은 엄청난 깨달음을 쓰려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오늘의 나에게 짧은 확인 도장을 찍고 싶다. “잘 살았다”까지는 아니어도 “괜찮았다” 정도의 도장. 사람은 가끔 스스로에게 도장을 찍어줄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 검사받으려고가 아니라, 자기 마음의 행정 처리를 위해서. (살다 보면 내 마음도 접수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도장은 늘 거창한 문장보다 평범한 문장으로 찍힌다.
아무 말이나 쓰고 싶다더니, 결국 나는 오늘도 내 편을 들어주는 문장을 하나 남겼다. 큰 계획도, 멋진 결론도 없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이 정도가 딱 좋다. 삶이 늘 대단할 필요는 없고, 글도 늘 대단할 필요는 없다. 가끔은 그냥, 내가 오늘 여기 있었다는 기록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꽤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