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마음이 어딘가에 걸려 있는 듯하다. 신학대학원 불합격 소식을 받은 뒤로 시간은 흘러가는데, 내 마음은 그 자리에서 멈춘 것 같다. 무엇인가 써야 할 것 같고, 해야 할 일도 분명히 있는데,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공부를 계속하고는 있지만, 그 무게가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단순히 어렵다는 차원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힘에 겨운 어떤 감정이 자꾸 올라온다.
내일이면 신학연구석사과정의 마지막 코스, “과학과 신앙”의 첫날이다. 미리 필독서를 몇 장 읽어보았지만,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예전에는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일이 설렘이었다면, 지금은 한 줄 한 줄이 조심스럽고 버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어쩌면 내 평생 마지막 대학원 수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공부가 그리워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미 끝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 모순된 감정 속에서 나는 조용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학교에서는 내년에 다시 지원해 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그 말이 희망으로 들리기보다, 조심스러운 질문으로 남는다. 과연 나는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교회 사역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합격하지 못했다는 설명을 들으며,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기준 앞에서 작아지는 나 자신을 느낀다.
이제 추천서를 써 주신 목사님과 교수님들께도 이 소식을 전해야 한다. 그분들의 기대와 수고를 떠올리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과정 자체가 나를 다시 세우는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결과는 아쉽지만, 내가 걸어온 길이 헛된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 멈춤이, 더 단단해지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나는, 무너진 마음을 억지로 일으키기보다 그 자리에 잠시 앉아 있으려 한다. 슬픔을 부정하지 않고, 무거움을 피하지 않고, 그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려 한다. 어쩌면 이 시간도 하나의 배움일 것이다. 앞으로 다시 걸어갈 길을 위해, 지금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