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 위에서 다시 묻다

2026/3/20

by 이사벨라

깨진 유리 위에서 다시 묻다



1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내가 제출한 박사과정 입학서가 불합격을 맞을 줄은. 이미 마음속에는 앞으로의 15년이 또렷하게 그려져 있었다. 배움의 길, 사역의 방향,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나게 될 어떤 결실까지도. 그러나 한 통의 결과 통보는 그 모든 시간을 단숨에 멈춰 세웠다. 마치 손 안에 쥐고 있던 유리잔이 갑자기 깨져버린 것처럼, 나는 그 파편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제 그 소식을 받은 뒤, 나는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몸이 먼저 무너졌고, 마음은 그 뒤를 따라갔다. 일어나 점심을 먹고 나서야 겨우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교에 짧은 이메일을 보냈다. “심사 결과에 대한 감사와 향후 기회에 대한 문의.” 그 문장은 최대한 단정했지만, 그 안에는 무너진 기대와 아직 사라지지 않은 희망이 함께 담겨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꽤 자신만만했다. 오랜 시간 준비했고, 충분히 노력했다고 믿었다. 어쩌면 그 믿음은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신뢰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마음 한켠에서 묻는다. 이것이 나를 돌아보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일까.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가. 단순히 길을 바꾸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걸어가는 태도를 바꾸라는 의미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깨진 꿈은 쉽게 다시 붙지 않는다. 그러나 유리 조각을 하나씩 주워보니, 그 안에 여전히 빛이 반사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완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그 조각들 역시 나의 시간이고 나의 이야기다. 어쩌면 하나님은 완성된 유리가 아니라, 그 조각들을 통해 다른 방향의 빛을 보게 하시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여전히 아프고 혼란스럽지만, 이 질문을 붙잡고 조금 더 걸어가 보려 한다. 답은 아직 없지만, 질문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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