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풀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몸과 마음이 조금씩 평온을 되찾고 있다. 결승선을 넘을 때의 흥분과 감격이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지만, 새로운 한 주를 맞으며 그 열기를 차분히 내려놓는다. 이번 주는 학교에서 일주일 휴강이 있는 주간이다.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집안일도 하고, 몸도 쉬게 하며 천천히 일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긴 경주를 마친 뒤 찾아오는 조용한 휴식이 오히려 더 귀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교회에 다녀왔다. 우리 교회에는 조금 특별한 시간이 있다. 예배 중에 감사와 염려의 기도 제목을 나누는 시간이다. 손을 드는 성도에게 목사님이 다가가면, 그 성도가 공동체와 나누고 싶은 기도 제목을 말한다. 누군가는 아픈 가족을 위해 기도를 부탁하고, 또 어떤 날에는 아흔 살 생일을 맞은 성도를 함께 축하하기도 한다. 교회 공동체가 서로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따뜻한 순간이다.
나 역시 잠시 손을 들어 마라톤 완주의 기쁨을 나눌까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기도와 응원으로 함께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손을 들려는 순간, 마음 한편에서 멈추게 되었다. 괜히 자랑처럼 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그 기쁨은 조용히 마음속에 간직하기로 했다. 어쩌면 이런 순간들이 우리를 조금 더 겸손하게 만들어 주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가 되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동시에 나에게는 마지막 학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 학기에는 “과학과 신앙”이라는 과목을 듣게 된다. 필독서 가운데 하나가 “Interpreting Eden”인데, 이 책의 저자는 우리 학교의 교수이신 Vern S. Poythress 이시다. 아직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이지만, 과학과 신앙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여 가르치실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책은 모두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받게 될 성적에 대한 걱정보다는, 이 수업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대화를 이끌어 낼지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미리 책을 펼쳐 천천히 읽기 시작해 본다. 마라톤을 준비할 때도 한 걸음씩 달려야 결승선에 도달하듯, 공부 역시 한 장 한 장 꾸준히 읽어 가는 과정일 것이다. 이렇게 또 새로운 여정을 조용히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