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8일
(이사벨라, 3/8/26)
오늘 3월 8일, LA 마라톤 26.25마일(42.195km)을 완주했다.
약 27,000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같은 길 위에 섰지만, 마라톤은 결국 각자의 몸과 마음으로 끝까지 감당해야 하는 길이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출발해도, 자기 결승선은 결국 스스로 넘어야 한다.
이번 마라톤은 출발선에 서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허리와 히프에 통증이 있었고, 2주 전에는 오른쪽 다리에 근육이 땅겨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래서 그동안은 R.I.C.E. 치료에 힘쓰고 달리기를 쉬었다. 이번만큼은 무리해서 밀어붙이기보다 몸의 말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이번 마라톤에서는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조급한 마음에 더 뛰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플 때는 쉬어야 하고, 몸을 돌보는 것도 훈련의 일부라는 것을. 2주 동안 치료에 집중하고 달리기를 멈춘 것은 불안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완주를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의 목표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잘 뛰는 것보다 끝까지 가는 것. 기록보다 완주였다. 초반에는 몸을 달래듯 아주 천천히 달렸다. 허리와 히프, 허벅지가 언제 다시 통증을 보낼지 몰라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다행히도 살살 뛴 덕분인지 10마일쯤 왔을 때는 처음의 걱정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순간, 오늘 어쩌면 해낼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마음속에 들어왔다.
하지만 마라톤은 늘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13마일부터는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결승선에 이를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다리는 떨리고 뻣뻣해졌고, 몇 번이나 멈춰 서서 쉬어야 했다. 잠깐 멈출 때마다 몸은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는 것 같았고, 마음은 조금만 더 가 보자고 스스로를 붙들었다.
이상하게도 쉬고 싶다는 마음보다, 다리 쥐가 결국 나를 멈추게 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더 컸다. 내가 스스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통증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게 될까 봐 그것이 더 무서웠다. 이번 마라톤에서 내가 상대해야 했던 것은 기록도 속도도 아니었다. 그저 이 몸의 불편함과 통증을 안고도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완주하고 싶었다.
결승선에 들어왔을 때 감정은 의외로 아주 조용했다.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가를 돌아보기보다, 그저 완주했다는 사실 하나가 크게 다가왔다. 이번에도 해냈구나. 환호보다는 안도였고, 뿌듯함보다는 감사에 가까웠다.
이번 마라톤은 내게 14번째 풀마라톤 완주다. 그리고 이번 완주는 내 삶의 시간과도 묘하게 겹쳐 보였다. 지난 마라톤은 2023년,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던 해에 뛰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2026년,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다시 풀마라톤을 완주했다. 입학의 해와 졸업의 해 사이를 긴 마라톤처럼 지나온 셈이다.
나는 이제 69살이다. 그래서 문득, 이번이 마지막 풀마라톤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아닌 두려움도 마음 한켠을 스쳤다. 예전에는 마라톤을 마치고 나면 다음 대회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는데, 이제는 또 한 번 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먼저 찾아온다. 아마 그래서 오늘의 완주가 더 귀하고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 나를 가장 따뜻하게 울린 장면은 결승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의 말이었다. 남편은 결승선을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마라톤은 특별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만의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날씬한 사람도 있었고, 체격이 큰 사람도 있었고, 키가 큰 사람도, 작은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저마다의 몸으로 저마다의 속도로 결승선을 향해 가는 모습이 참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도 내년에는 5K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오늘 나는 빠르지 않았다. 중간에 여러 번 쉬었고, 다리에 쥐가 나서 힘들었다.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은 인내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나는 끝까지 갔다. 그것이 오늘 내가 얻은 가장 큰 기록이다.
마라톤은 늘 내게 같은 것을 가르쳐 준다. 끝은 특별한 사람만 가는 곳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닿는 곳이라는 것을.
오늘 나는 14번째 풀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리고 69세의 오늘도, 나는 여전히 끝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기도와 응원으로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