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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늬 Moon May 24. 2024

가슴 뛰는 취미가 모여서

삶의 무늬를 만든다면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 좋게 표현하면 그렇고 나쁘게 표현하면 산만함과 욕심이 많은 그 중간 어디쯤에 내가 있다.     



여가시간을 잘 채우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게 해 준다는 취미생활의 목적에 가장 어울리는 것은 아무래도 직접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것 것 같다. 목공예를 할 때 그 미덕을 실감했다. 과정마다 위험한 공구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완성품을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애정을 쏟아부어 온갖 정성을 다하게 된다. 목공예는 목재의 종류, 나뭇결과 모양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직소기로 모양을 다듬기도 하고 드릴로 조합하여 목봉으로 채우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부분에 고른 사포질과 젯소를 칠해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허술해도 되는 과정은 하나도 없다. 마음을 정화시키고 집중력을 기르는 데 그만한 것이 없었다. 졸거나 딴짓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위대한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한다. 일종의 치료 기능을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마음이 힘들다면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그림 그리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전문적으로 배워서 그리는 것은 아니다. 시중에서 구입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유화 패키지를 활용할 때도 있다. 이 패키지는 특히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딴생각이 날 때 좋다고 느꼈다. 나의 경우에는 첫째가 고등학생일 때 몰두했다. 아이가 아니라 내가 공부하게 되면서부터다. 학습방법, 입시, 진로진학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필요성을 느꼈다. 알게 되는 정보가 늘어날수록 아이에게 오지랖을 부리게 되는 것 같아서 시작했다. 그때 입시정보, 진학과 연계하여 직업까지 둘러보는 에너지를 줄이지 못했다면 아이는 차치하고 내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지 모른다.

아무튼 유화 패키지는 ‘어른이’를 대상으로 한 색칠공부 같은 것이다. 캔버스와 유화물감, 붓이 분명히 있는데 작품을 시작하면 왠지 내 마음대로 창의성을 발휘하면 안 될 것만 같다. 완성작 예시 그림에서는 비슷한 것 같지만 도안에는 작고 작은 칸마다 뭐 그리 다른 색상의 숫자가 씌어 있는지, 착실한 사람일수록 멋진 완성작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 시작하면 작품은 쭉쭉 진도가 잘 나간다. 시행착오를 겪어 본 바로는 미적 감각 뛰어난 사람조차 개인적인 창의성은 절제해 두기를 권한다. 예술혼을 불태우고 싶더라도 꾹 참고 정해진 칸에 차곡차곡 잘 채워 넣어야 근사한 완성작이 된다. 모쪼록 속 썩이는 이가 생겼거나, 필요 이상으로 마음을 주고 있어서 환기가 필요한 이가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에서 건강의 날을 정해 직원 체육행사를 자주 했었는데 주 종목은 배구였다. 교직원 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본인이 나서서 하겠다고 나서지 않으면 선수로 뛰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배구를 하지 않는 인원이 많았다. 그들을 위해 탁구대가 마련되기도 했다. 다행이었다. 배구공은 열심히 쫓아다닐 수 있지만 나에게 공이 오지 않았는데 탁구공은 매번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쉼 없이 움직이고 난 후에 오는 쾌감도,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실내에서 하는 운동인 점도 좋았다. 그래서 아파트나 도서관 등 탁구대가 있는 곳에서 가족들과 탁구를 즐기곤 했다. 아이들이 자라자 복식도 할 수 있으니 더 좋은 운동이었다.           

십몇 년 전쯤엔가 교내 여교사 배구팀을 꾸리기 전까지 나는 잘하는 기능이 없어 배구를 하는 시간이 오면 힘이 빠졌다. 서브조차 네트 너머로 보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나도 잘하고 싶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날 학교 강당에서 배구공을 빌려 주말에 야외로 나갔다.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한적한 장소였다. 지나치다가 여기다! 싶은 생각에 멈추고 서브 연습을 했다. 가족들이 참 느닷없다고 했지만 얼마 후 배구공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내 공을 즐겁게 잘 받아주며 도와주었다. 처음에는 공이 붕 떴다가 바로 앞쪽에 푹 하고 내려앉았다. 아무런 힘이 없었다. 어떻게 해 보아도 비슷했는데 몸의 부분을 하나씩 나누어 동작을 거듭하니 거리가 조금씩 늘어났다. 그날 수백 번은 더 연습한 끝에 다음 배구 하는 날 드디어 네트를 넘겨 서브를 성공시켰다. 재미나고 신이 나서 환호했다. 아주 작은 씨앗이 생긴 기분에 들떠 동호회에도 기웃, 단기 연수엔가도 참여하며 노력했다. 그래도 게임 포지션을 정할 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기량을 닦아온 기간과 신체 조건이 다르니 받아들일 수밖에. 발이라도 빨라 다행이었다. 공원의 서브 연습이 없었다면 내 낱말 사전에 배구는 없었을 거다. 덕분에 그 이후 배구에 즐겁게 참여하는 변화에 감사하다.   


        

요즘은 오래도록 꿈꾸던 재봉틀을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기존의 어떤 옷을 고치고 바꾸어 보려고 한다. 그리고 고친다, 는 낱말에 멈춘다.

교사에게서 취미 영역 속에 왠지 금기시되는 듯한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좀 고쳤으면 싶다. 골프나 재테크, 와인, 재즈, 댄스나 보컬 정도가 해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경계를 둘 필요도, 의식할 이유도 없다.

누구나 생활환경이 다르고 생애 시기별로 반드시 필요한 요소도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 특히 재테크는 매우 중요한 영역임에도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육아와 관련된 접촉이 많기 마련이다. 좋은 식재료나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나 놀이 활동 등에 대해 탐색하기도 한다. 그것을 취미로 승화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면 좋겠다. 만약 취업 초반이라면 종잣돈 마련을 위한 여러 저축, 펀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수 있다. 결혼을 할 시기라면 집이나 대출 등에 대해서도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이러한 정보 수집과 실천이 오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교사지만 그와 동시에 생활을 해 나가는 ‘사람’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때문에 생활의 과정들을 당당하게 준비하고 실행하여 속이 잘 채워지는 삶으로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개인의 상황이나 만나는 사람의 폭과 색깔에 맞추어 살게 되는 것이므로 이상한!이라는 선입견은 고쳐야 마땅하다.  


         

골프를 배우게 된 것은 더 좋아했던 배구에게서 희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나이에 따른 여기저기의 통증으로 인해 참여가 힘들어서였을까. 무엇이 문제였든 사랑하는 배구와 멀어지게 되었을 때 새로운 운동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모임을 통해서든 남편의 지인을 함께 만나면서든 여러 이유가 모여서 몇 해 전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운동이었고 무엇보다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겨 좋았다. 구력 차가 큰 남편은 이것저것 가르쳐준다. 실력자의 모든 지도 내용을 수렴하여 잘 해낼 수 없어 안타깝고 답답했다. 그래도 가르쳐주는 남편의 끈기와 잘 배워보려는 내 노력이 새로웠다. 동작을 잘 분석하여 나를 발전시키려 애썼다.

‘가르치는 일은 참 어렵다’며 직업적으로 나를 이해하게도 되었다. 남편에게서 ‘잘 가르치는 비결은 기다리기, 포기하지 않기’라는 것을 배웠다. 골프를 통해 함께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좋았다. 학교 밖 다양한 직업과 세계와의 대화는 무척 흥미로웠다. 어렸을 때 어른들의 이야기는 마냥 신기한 듯 경청했던 것처럼 주목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과 골프, 자식이라고 했다. 골프를 배운 이후 인생도 배운다.      


    

나는 운전을 무척 좋아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로는 때때로 겁이 나기도 하고 몸도 힘들지만 그 사고 이전까지는 무척 즐겼다. 운전을 좋아한다는 것은 차를 사랑한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결의 의미이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자유롭게 바꾸어준다는 점이 운전의 훌륭한 덕목이다. 물론 더 가지를 쳐 취미로 레이싱에 도전하거나 정비를 배워보려는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운전을 하여 좋아하는 전시, 강연을 볼 수 있으므로 나에게 아주 적합한 취미일 수밖에 없다.           



취미가 여행!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나는 여행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즐긴다. 지도를 찾는 일 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볼 수 있는 것들과 강연과 공연을 검색해 본다. 전시회와 미술관도 찾아본다. 동선을 짜고 숙소와 이동 수단을 정하는 동안 여러 사이트를 알게 된다. 활용할 수 있는 쿠폰에 대해서도 익힌다. 여행지의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찾아보기도 한다.

해당 여행지를 다녀온 사람들이 쓴 책을 읽거나 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사진도 찍는다. 실제로 여행하며 느낀 점을 기록하기도 한다. 여행마다 의미를 더하고 싶어 모든 과정들을 책자와 앨범으로 만들어서 남기고 있다.

비단 해외여행을 위해서만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여행의 경우는 좋은 어플을 이용해서 손쉽게 동선을 짤 수 있고 변경할 수 있어서 가까운 나들이를 갈 때도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여기까지 쓰면서 보니 여행은 역시, 역시! 다. 종합예술이고 인생 공부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준비부터 실천 후까지 모든 중요한 공부의 요소가 모두 들어있다. 심지어 경제 교육까지도. 여행은 사실 돈의 문제와 직결되지만 여행을 통해 얻은 것들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서 중요한 시기마다 감행한다. 정현수 님이 말하지 않았는가.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여행은 가슴 떨릴 때 해야지 다리 떨릴 때 해서는 안 된다.’

이 멋진 말과 함께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여행이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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