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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May 17. 2024

주변인의 시각을 통해 바라본 나의 모습

2023. 10. 03.

타인의 시선에 적당히 신경 쓰며 살고 있다. 물론 나에 대해서 대개는 좋게 말해주지만, 안 좋은 부분은 구태여 말하지 않는 거겠지? 나는 때때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욕구가 발동되고,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다. 다양한 심리 및 성격유형검사에 푹 빠진 것, 심리 상담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 자기표현 후 되돌아오는 반응을 통해 나를 지각하기, 나에 대한 평가에 귀 기울이기, 직접적으로 물어보기 등이 있다.

그에 반해 내가 지금부터 적어 내려 갈 내용은 크게 심오하거나 방대하지 않다. 그저 파편과 단편일 뿐임을 고지한다.

  

1. 여성스럽다(?)는 오해

  뭇 판에 박힌 여성상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보고 참하다, 우아하다, 요목조목 말한다고 한다. 외형적인 모습을 보고 참하다고 하는 인간들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짙은 화장과 화려한 치장이 아니라 참하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또, 말을 할 때 논리적으로 조곤조곤 말하는 것이 우아하다고 여겨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욕설이 난무하고, 논리적 허점을 노려 어떻게든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자아를 숨기고 사는 나로서는 의아한 평가다. 주로 피곤할 때 힘이 빠져서 얘기하면 우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2. 착하다고 말하지만 멍청하다고 들리는 말

  대학교 때부터 착하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사람한테 속힐까봐 걱정된다는 말이었다. 어렸으니까 실제로 그랬다. 근데 또래치고 더 착해 보였던 것 같다. 자기 주도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본다. 자기 의견도 없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유야무야 넘어온 게 큰 것 같다.

  때로는 '순수한 면'이 내면에 남아 있다고도 했다. 사소한 것까지 질문하는 나의 버릇 때문인 것 같다. 원론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많은데, 덜 약아 보였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나이 대 사람들의 평균적인 언어행동습관이나 가치관을 따라가지 못했을 수 있다. '따라간다'라고 표현해야 마땅한 게, 나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좋은 사람

  직장생활을 한 이후로 선배동료들에게 들었다. 가끔 욕설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좋은 사람이 왜 그런 말을 쓰냐며, 좋은 사람답게 좋은 말만 사용하라고 했다. 나는 내 감정을 표현할 때 그만한 단어가 없다고 생각해서 솔직하게 표현한 것인데, 제지당해서 답답함을 느끼는 한편, 내 감정도 내가 사용하는 단어에 영향을 받는 것 같아 이내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뒤로도 종종 사용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안 쓰는 쪽이다.

  착한 사람의 연장선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별달리 욕심도 부리지 않고, 의사표현도 잘하지 않는 건데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 싶다. 나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랑 잘 지내고 싶고, 모두 사이좋고 평화롭게 지내면 좋겠다. 그것뿐이다.

4. 열심히 하는 사람

  재미있는 일을 발견하면 꽂히는 타입이다. 흥미를 쉽게 잃어 빨리 그만두기도 하지만, 꽂히는 그 순간을 보고 열심히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꾸준히 계획적으로 열심히 하진 않고, 특정 시기가 되면 몰아서 집중하는 타입이다. 요즘은 하는 일들이 많아지니 늘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요즘은 가지치기를 좀 하려고 한다. 워라밸을 중요시하기로 했다.

5. 능력 있는 사람

  이것은 내가 제일 의문을 가지고 있는 수식어인데, 나도 모르는 나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 나는 때로 반복되는 일이 지겹고, 너무 피상적이고 일반적인 생각을 말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리 있다고 생각하고 지지하며 더 표현하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어쩔 땐 귀찮아서 안 하는 건데 자기 능력을 모르는 사람처럼 비치는 것 같기도 하다.

6. 책임감 있는 사람

  K-장녀의 특성 같다. 하기 싫지만 억지로 하는 일도 물론 있는데, 대개는 그냥 하고 마는 것 같다. 요즘 들어 더 책임감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살펴보고 고려하는 범위가 넓어진 느낌이 든다. 나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때로는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어서 안타깝고, 물어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기에 혼자 생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무튼 그래서 질문을 많이 하는 게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고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라고 보면 되겠다.

7. 기타

  나는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 판단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정확히 이해하고 싶지만, 공감과 위로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속이 찬, 힘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 길은 멀기만 하다. 나는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 들고, 연약하기만 하다. 산다는 것은 부단한 자기 수련의 과정이고, 나에게 그 길은 여전히 고통스럽기만 하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만, 지금 이곳이 가장 어두운 지 어두운 지점으로 가고 있는 중인지 가늠되지 않고 여전히 캄캄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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