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피우는 사람의 마음으로, 봄날의춘천을 이야기합니다

by 봄날의춘천저널


나는 매일 숯불을 먼저 준비합니다.


문을 열기 전, 불이 제대로 살아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하루의 시작입니다. 봄날의춘천 숯불닭갈비전문점은 그렇게 불에서 시작해 불로 끝나는 가게입니다. 화려한 말보다, 오래 남는 숯불의 향을 믿는 방식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벌써 2025년 식당 문을 연지 10년차가 되었습니다.


봄날의춘천은 제주시 노형동에 있습니다. 제주공항과 가깝고, 사람들의 일상이 바쁘게 오가는 동네죠. 그래서 더 따뜻한 식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여행객도, 동네 분들도 가족처럼 앉아 먹을 수 있는 곳. 잠깐 들렀다 가는 식당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는 식탁이 되어 정을 나눌수 있는 곳.


닭갈비를 숯불에 굽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주변에서는 번거롭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철판보다 손이 많이 가고, 불 관리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숯불은 기다림을 요구하지만, 그만큼 정직하다는 걸요. 불이 좋지 않으면 맛이 바로 드러나고, 고기가 좋지 않으면 향으로 숨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재료와 불 앞에서 늘 겸손해집니다.


우리 가게의 닭갈비는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양념을 세게 하지 않습니다. 숯불 향이 주인공이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고기가 불 위에 올라가면, 타닥타닥 소리가 납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놓입니다. “오늘도 괜찮다”는 신호 같아서요. 손님들 대화가 자연스럽게 잦아들고, 고기 익는 속도에 맞춰 식사의 리듬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그 장면을 좋아합니다.


‘봄날의춘천’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춘천의 닭갈비에 대한 존중이고, 다른 하나는 봄날 같은 식당이 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계절 중의 봄처럼,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고 오래 기억되는 곳. 그래서 인테리어도, 메뉴 구성도 과하지 않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잘 보이기보다,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오신 손님들이 “이건 속이 편하네”라고 말해주실 때가 있습니다. 그 한마디가 이 가게를 계속 지키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여행 중에, 혹은 평범한 저녁에, 누구와 와도 무리 없는 음식. 모두의 속도에 맞출 수 있는 식사. 저는 그걸 좋은 식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업이 끝난 뒤, 테이블을 정리하며 남은 숯불을 바라봅니다. 불은 늘 같은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하루하루 다른 이야기를 남깁니다. 웃음이 많았던 날도 있고, 조용했던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다들 배보다 마음이 조금 더 따뜻해진 얼굴로 나간다는 것.


봄날의춘천은 대단한 곳이 아닙니다. 다만 숯불 앞에서, 한 끼를 정직하게 내어놓는 가게입니다. 노형동에서 불을 피우는 이 작은 식당이 누군가의 제주 기억 속에 조용히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오늘도 저는 같은 마음으로 불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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