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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by 디나모

경이로운 운명의 ‘아멜리에’ 영화 시작처럼, “나는 카페에 앉아서 사람들 지나가는 모습 보기를 좋아한다. 오늘처럼 따뜻한 햇살을 쬐면서 ‘도마뱀’하기를 좋아한다 - 프랑스어의 표현 중 하나인 '도마뱀 하기'처럼 양지에서 햇볕을 쬐는 도마뱀을 상상해보시라, 몸이 이내 간질간질 나릇 나릇 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 그리고 자전거를 타면서 팔랑팔랑 부유하듯 – 프랑스 단어 중 planer란 단어는 발음에서부터 팔랑팔랑 느낌이 전달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이 단어를 몹시 좋아한다 - 도시를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프랑스, 캐나다, 지금 한국에서 역시 어느 곳에 있던 자전거는 늘 함께 있었다. 자전거를 통해서라면 도시를 구석구석 조금 더 알게 되는 느낌이 든다. 물론 땅을 딛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페달을 밟으면 그 길을 온전하게 느끼면서, 솔직하게 만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마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예찬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자동차로 가면 골목골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심심하기도 할 테고. 물론 장롱면허 어느새 5년 차에 이르는, 직접 운전의 경험과는 거리가 있기에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오히려 자동차 밖에서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는데, 특히나 상상의 투시력을 발휘하여 보면, 너무나 신기하기 이를 수 없다: 상상해보시라 의자에 앉아서 페달만 꾹 눌렀다 떼었다 하는 연속의 반복되는 장면을, 거기에 양손은 핸들에 쭉 뻗어둔 상태로 말이다! 그런 나의 즐거움을 뺏어가는 것 중 하나는, 한국에서 놀란 것이기도 한데 선팅을 심하게 한 자동차이다. 아마도 자기만의 공간을 향유하고 싶은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혹은 또 다른 집의 일부처럼 나만의 공간이니 시각으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한 것도 이해가 된다. 실제로 영상도 보고, 먹을 것도 먹고, 음료도 마시고... 화장실만 있으면 되겠다 싶기도 한데, 미래의 자동차에서는 이런 것도 포함되면 어떨까 싶다. 여하튼 그런 선팅을 과하게 한 자동차를 보면, 한편으로 마치 전신에 가운을 걸친 사람이 마치 길을 돌아다니는 느낌이랄까? 때때로 기괴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여하튼 어느 도시이든 이곳에 익숙해졌구나 싶을 때에는 어느새 머릿속에 ‘자전거 지도’가 생길 때 즈음이었다. 특히 일방통행이 많았던, 프랑스에서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가려고 할 때, 머릿속으로 어느새 여기로 딱, 저기로 딱 경로가 그려지곤 했다.


페달을 계속 밟고 있다 보니, 몸의 기억들이 신기하게도 점차 떠오른다. 그르노블의 이제르(Isère) 강을 따라 서둘러 학교를 가던 길, 리용의 크롸-후스(la Croix Rousse)에서 마치 프랑스의 유명한 자전거 경주인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의 선수들처럼... 은 절대로 못하기에, 천천히 내려오던 순간들, 부르고뉴 지역의 본(Beaune)에서 포도밭 사이를 낑낑거리며 올라가던 그때, 5월 초의 한 자락에서 몬트리올의 쁠라또 몽 화이얄(Le Plateau-Mont-Royal)을 여유 가득 내려오던 순간, 아 참 제주도의 유채꽃이 만개하는 3, 4월 등등 참 적지 않은 곳을 자전거와 함께 한 것 같다.

20220205 본에서의 자전거 하이킹.jpg


바람은 조금 있지만 날이 따뜻한 오늘은 자전거 타기에 좋은 날인 듯하다. 점차 해가 길어지고, 날이 따뜻해질 테니 곧 자전거의 계절이 돌아올 테지. 아멜리에의 왈츠와 함께 묵혀두었던 몸과 마음을 조금씩 꺼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