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한 오래된 가수, 한국어 발음으로는 재밌기도 한 달리다(Dalida)에 대한 추억을 하나 꺼내볼까 합니다. 이 가수를 알게 된 것은 역시 프랑스에서의 생활 동안이었죠.
프랑스에서 학업&생활을 했던 장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경제적인 부분을 빼지 않을 수가 없어요. 모든 경우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파리의 경우는 대부분이 쉽지 않을 테고요, 저는 지방에 있었으니 만큼 아르바이트를 함으로써 어느 정도, 그리고 저렴한 아파트나 인심 좋은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산다면 스스로 학비, 집세, 생활비 등을 감당하며 외부에서의 지원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현재는 프랑스 역시 학비가 예전처럼 거의 무료가 아니라고 하니, 기존에 저축해둔 돈이라든가 부모님으로부터나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지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여하튼 저의 경우 생활하는 동안 거의 쭈욱 아르바이트를 하며 개인적으로 저축해둔 초기 금액만으로 10년 정도를 재밌게 살았으니 스스로에게 장하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합니다.
다시 여하튼, 덕분에 정말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제 전공과도 무관하지만은 않은 생활보조, 또는 활동보조를 하는 것이었고 그를 통해 다양한 연령과 심리적, 신체적인 어려움(발달장애나 신체장애와 같은)을 가지신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었죠. 그리고 만났던 분들의 경우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다수를 차지했는데, 아주 많은 따뜻한 기억들이 있었어요. 물론 기본적으로 정리와 청소와 같은 일상생활의 보조 역할이 있기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제한되기는 했지만, 관계 역시 중요하고, 특히나 외부인이 자신의 집에 와서 청소나 정리를 해주는 것이 간단하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은 관계라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기억을 나눠주시는 것을 통해 ‘계승(Transmission)’에 대한 본능적인 바람도 있으시다 보니 이야기를 많이 나눠주시곤 하였고, 저 역시 그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참 즐거웠죠. 여러 분들이 기억나는 중에, 주된 역할이 주말에 가서 식사를 같이 해주는 할머니가 떠오르네요. 기억이 깜빡깜빡하셔서 마지 리플레이 같이 매주 반복되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제가 인상 깊게 들었던 것은 특히나 1차 세계 대전 당시 피난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세계사에서나 듣게 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정말 '와' 하고 듣게 되었죠. 물론 계속 듣게 되니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지만, 훈제 치킨을 좋아하셔서 저도 덩달아 주말의 메뉴로, 일주일의 꼭 한 번은 훈제 치킨을 먹게 되었던 즐거움도 떠오릅니다. :)
이 할머니 외에도 많은 분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저의 이주민으로서의 감수성, 그리고 다문화 상호문화 심리학의 전공자로서 이주배경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특히 더 마음이 갔었답니다. 프랑스의 경우 북아프리카 국가들, 이탈리아, 포르투갈과 같은 주변국으로부터 시기를 달리 하며 이주의 물결이 있었어요. 언제나 그렇듯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클 테고, 역사 정치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친했던 포르투갈계 한 친구를 통해 들어보면 - 마침 자신의 논문이 할아버지 세대의 이주의 경험을 다루기도 해서 - 피레네를 통한 당시의 정말 위험천만한 월경의 경험도 듣게 되었습니다.
좀 오래 돌고 돌아온 듯한데요, 드디어 달리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달리다야 프랑스 내에서는 워낙 유명한 가수이다 보니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금 떠올리는 한 할머니 덕분에 더욱 기억에 남게 되었네요. 할머니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오신 분이었어요. 아무래도 가족을 따라 이주하다 보니 자신이 스스로 원해서 하게 된 이주와는 좀 거리가 있었죠. 그리고 당분간 거주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닌 남은 생애를 위한 이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남겨두고 온 것들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더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다소 까칠한 듯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그 할머니에게 따뜻한 공감을 느꼈던 지점은 바로 달리다의 노래들이었죠. 아무래도 이탈리아 출신이고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가수이다 보니 할머니가 좋아하는 가수더라고요. 달리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만은 얼굴이 환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저 역시 이주민으로서 가지게 되는 노스탤지어 정서가 가득 묻어나는 달리다의 노래가 왠지 참 좋았는데, 오늘은 문득 '당신에게 이야기 하나 해줄게요...'라며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시작하는 이 노래가 떠오르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DRPJ0zfTw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