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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희야 Sep 04. 2023

주식은 운빨

자녀 주주 만들기

올해 고3, 고1이 된 두 아이는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비자발적 투자다. 엄마가 시켜서 하는 투자다.

손주의 사랑을 돈으로 따질 수 있을까마는 시어머님이나 친정 부모님은 아이들을 보면 큰돈을 용돈으로 주셨다.

명절은 물론이고 특별한 일이 없이 양가 부모님 댁을 다녀오면 아이들은 평소 만나보지 못하는 초록의 세종대왕을 만났다. 요즘은 신사임당을 더 자주 만나고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큰돈을 그냥 맡길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돈의 크기와 용도를 알려줘야 했다. 쓸 수 있는 돈과 저축할 수 있는 돈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처음엔 8:2였다. 당연히 8이 저축이다. 곱셈을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20%는 기막히게 계산했다. 받은 돈에서 0을 하나 빼고 곱하기 2를 하면 본인들이 쓸 수 있는 돈이란 걸 바로 알아차렸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8할이던 저축률이 7로 변했다가 지금은 5: 5가 되었다. 엄마의 말을 곧잘 듣던 아이들이 자기애가 강해지는 청소년이 되고부터는 자신에게 써야 할 돈들이 많아졌다. 먹는 간식 수준이 높아졌고, 노래방 등 즐기는 유희의 범위가 커졌다. 어쩌면 엄마에게 덜 뺏길까 꼼수를 부리는 모습도 보인다. 엄마가 보관해 두는 돈이라고 이야기해 봐야 아이들에게는 내 돈인데 쓰지 못하는 억울한 돈이다.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했다.

아이들이 저축이라고 맡겨둔 돈을 아이들 이름의 주택청약통장에 입금을 했다. 당시는 청약통장 이율이 가장 높아서였다. 내가 매일 1만 원씩 미국 주식을 1년 동안 사게 되면서 얻은 수익률은 미국 주식에 대한 확신이 되었다. 이후 아이들의 용돈은 미국 주식을 사는 것으로 옮겨졌다. 당시는 신한증권에서 해외 주식 소수점 투자가 가능했다.  조카들의 생일과 명절 용돈, 어린이날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을 카카오톡에서 스탁콘으로 선물을 해서 조카들도 주식계좌를 만들게 되었고 작지만 미국 주식의 주주가 되었다.

비자발적 투자자지만 종목은 아이들이 각자 고르게 했다.

투덜투덜 대는 모습은 한 모습인데 종목을 고르는 모습은 달랐다.

작은 녀석은 어린이 신문에서 본 대로 정보를 모아서 종목을 골랐다. 자기가 좋아하는 마블 시리즈의 영화가 개봉을 한다고 디즈니를 선택했다.

큰아이는 자기 수중에 있는 돈에만 진심이지 쓰지 못하는 돈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화장품이랑 액세서리에 더 많이 기뻐했다. 몇 번 물었지만 대답을 미루었다. 결국 대답을 듣지 못한 내 목소리에 화를 눈치챈 녀석이  "애플이요"라고 답했다. 이유는 자기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사랑하는 게 아이폰이라고 했다.

작은 아이는 용돈 정산을 할 때마다 종목을 바꿨다. 매번 신중히 종목을 골랐다.  테슬라를 선택하기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고르기도 했다.  큰아이는 변함없이 일편단심 애플이다. 변함이 있다면 쓸 돈 5와 저축할 돈 5를 지키지 못해서 투자금이 어느 순간 멈췄다는 것이다.

주식투자만 두 녀석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큰 아이는 먹고 싶은 것을 먼저 먹는 아이다. 작은 아이는 먹고 싶은 것을 나중을 위해 남겨둔다.
시험을 앞두고도 큰아이는 기분대로 공부를 하고 작은 아이는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공부를 한다.
작은 아이는 어른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크는 아이다.  하지만 두 아이가 맞이하는 결과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 같지 않다. 큰 아이는 자기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충 해도 적당히 해도 바라는 성과를 얻는다. 반면에 작은 아이는 큰 아이보다 성실하고 꾸준하지만 성과가 큰아이에 비해 크지는 않다.
두 녀석의 계좌를 열어보면 투자금의 차이는 확연히 난다. 작은 아이의 투자금이 훨씬 크다. 하지만 수익 난 금액의 차이는 크지 않다.
둘째 아이의 계좌에는 파란색 종목이 여럿이다. 첫째는 단 한 종목인데 빨간색이다.
두 녀석의 모습을 보면서 투자자의 모습 말고 삶도 생각해 본다.
둘째 아이는 신중하고 나름의 생각도 있는데 결과가 안타깝다.
첫째 아이는 아 몰라~ 하며 전혀 신경 쓰지 않는데 운이 따른다.
어쩜 이리 다른지 둘이 반반씩 섞였다면 하는 건 나의 욕심일 것이다.
둘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쓰던 폰을 아이폰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투자 종목이 애플이 되었다. 두 아이가 애플빠가 된 것이다.  요즘 두 녀석의 계좌에 고르게 빨간색이 있다.  
작은 금액이지만 배당금이 들어온다는 것을 안다. 귀여운 금액이라 배당 메시지를 보면 코웃음이지만 그래도 좋다고 한다. 수익난 금액을 보고 자기들의 선택이 옳았다고 어깨 으쓱하기도 한다. 쓰고 없어지는 돈이 아닌 시간을 먹고 커가는 돈을 알아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돈에 시간의 힘이 더해지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게 해주고 싶었다.
투자 종목을 고르는 방법 역시 깨치기를 바란다. 그런 다음에는 운이 따라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세상 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다음 운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다.  우선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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