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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경아 Feb 25. 2022

가방 안에 든 물건이 궁금한 아이들

반가움에 뛰어온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가방을 들고 들어선 교실에서  아이들이 순식간에 저에게 다가옵니다.

아니,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뛰어 와서 반긴 건 제가 아니라 가방 안의 물건입니다.     


“어? 이거 했는데? 학교에서.”

“재미없겠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에요?”

“마법사게임이에요?”     


  아이들은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가방 주위를 맴돕니다.  교실은 잠깐 시끌시끌합니다. 항상 일어나는 일이지만 제가 아닌 보드게임을 반기는 아이들에게 가끔은 서운합니다. 그 서운함에 부피가 작은 보드게임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뛰어오면 보이지 않도록 살짝 덮어버리기도 합니다. 오늘 게임은 비밀이니 보여주지 않겠다고 하면서요.     


  이제 수업을 해야 하므로 제가 아이들을 자리로 불러들입니다.


“ 모두 앉으세요!”


  아이들은 가방 안의 물건과 헤어짐이 아쉬운 듯 몇 번을 보고 또 보며 자리에 가 앉습니다.


  제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이들이 잠깐 저와는 눈만 마주치고 반기는 이 물건은 보드게임입니다. 한 시간 정도 아이들과 같이 할 놀이 겸 학습교구인 것이죠. 아이들이 반기는 보드게임을 질투하면서, 아이들과 유치하게 노는 저는 보드게임 강사입니다. 수학을 가르치다가 아이들에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더욱 높이기 위해 배웠던 보드게임 덕분에 아이들에게 환영 받는 강사입니다. 보드게임만 있으면 전 6세부터 99세까지 보드게임으로 신나게 놀 수 있답니다. 

         

  ‘선생님. 오늘 뭐해요?’라고 반가워서 온 아이들이 모두 수업 도중에도 즐겁게 게임을 하는 건 아닙니다. 보드게임 수업 초기에는 지면 삐져서 화를 내는 아이, 우는 아이, 중간에 질 것 같으면 안하겠다고 포기해 버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합니다. 져서 너무 속상하고 분하지만요.         

 

  이 작은 아이들에 보드게임 수업은 가끔 인생수업이 됩니다. 중간에 포기하려고 하지만 선생님이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해서 끝까지 합니다. 그래서, 항상 그들의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어제는 내가 졌지만 이번에는 내가 이길 수 있습니다. 인생도 그럽니다. 똑같이 즐겁게 시작한 게임에서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뒤에서 갑니다. 항상 앞서는 것도 항상 뒤쳐져서 가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조금은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중간에 절대 포기란 없어야 합니다. 게임에서 포기란 자신의 점수와 승리자와 점수 차이를 높이겠다는 뜻이랍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이겼던 게임을 좋아합니다. 이겼다면 재미있다고 다음에 꼭 가져오라고 합니다. 성인 수업을 해보면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약해서 잘 못하는 게임은 어른 역시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상 이기는 게임만 하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습니다. 지는 게임도 열심히 해야 실력이 향상돼서 언젠가는 승리자가 되기도 합니다.          


 “선생님. 제가 메모리 게임에서 00를 처음으로 이겨봤어요!”

  어느 날 메모리 게임에서 그동안 항상 졌던 친구에게 한번 이겼던 친구. 우연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것이 이 친구에게는 최고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이 말을 만나는 선생님마다 하고 다녔습니다. 진 사람이 속상할지 모르니 조용조용하게 말하라고 하려다가 그냥 둡니다. 그 동안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해서 오늘은 그냥 보기로 합니다. 


  삶도 그렇습니다. 항상 이기면서 살 수 없고, 자신이 모든 걸 다 잘 할 수 없습니다. 잘하는 걸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못하는 것도 해야 합니다. 못하는 것을 잘 하려면 자신의 못하는 모습을 견뎌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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