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한 4가지 메뉴(최종)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고 했다.
우리를 위한 4가지 메뉴의 마지막은 파스타였다. 사실 앞서 얘기한(우리를 위한 4가지 메뉴 시리즈 1,2,3 편을 읽어 보시길) 2개의 메뉴 트로피에나 누디도 파스타의 한 종류이지만 면이라고 하면 반죽을 길게 뽑아 만든다는 통념이 있어 스파게티가 이에 부합한다 할 수 있다.
이 메뉴는 단순하지만 돼지기름에 볶아진 꽈리고추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먼저, 삼겹살을 작은 크기로 자른다. 마트에서 파는 김치찌개용 보다 더 작은 크기라고 보면 된다. 약불에 서서히 돼지기름이 나오도록 둔다. 말 그대로 내버려 둔다. 자꾸 건드려 봐야 색도 않나고 정신만 사납다. 타지 않을 정도로만 관심을 가져주면 된다.
꽈리고추를 돼지기름이 충분히 나오면 편으로 0.5cm 정도 자른다. 씨를 그대로 쓴다. 거기서 맛이 다 나오니 제거하면 안 된다. 돼지기름에 윤기 나도록 볶아준다. 이때 꽈리고추의 향이 확 퍼지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 순간 소금 밑간을 살짝 해준다. 후추도 넉넉히 뿌린다. 통후추 간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스모크 파프리카도 팍팍 넣는다.
꽈리고추가 완전히 익기 전에 닭육수를 넉넉히 부어 준다. 이때 맛을 살짝 보면 돼지고기, 꽈리고추, 후추 파프리카가 섞인 절묘한 맛이 난다. 그리고 스파게티를 함께 넣고 서서히 끓인다.
스파게티가 익어가면서 나오는 전분이 육수를 걸쭉한 소스로 만들어 준다. 면이 알덴테(Al dente)가 되면 불을 줄이고 면이 충분히 소스에 잘 묻도록 지속적으로 섞어준다. 면이 너무 익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알덴테 상태에서 대략 2분 정도 더한다고 생각하면 된다.(어느 정도의 경험이 요구된다)
마무리는 케이퍼, 딜, 레몬 슬라이스를 추가하고 괜찮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둘러주면 완성.
전 메뉴와 즐겼던 와인의 취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느낌의 파스타다. 걸쭉한 소스와 면이 속을 편하게 해 준다.
이 메뉴는 세상에 하나뿐이다.
만드는 법과 재료는 공개 했으니 이제 여러분만의 세상에 하나뿐인 “꽈리고추 스파게티”을 한번 만들어 보시라. 그리고 함께 샤도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