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가치
여행이 손 안에서 다 이루어지는 세상에 산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된다. 항공권 구입, 숙소예약, 택시가 아닌 우버나 리프트로 랜트카, 심지어 지하철(뉴욕 OMNY)까지.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단지 내 핸드폰 화면이 작아 이제 Max로 바꿔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 걸 빼곤.
중간에 발생하는 변수, 가령 새벽에 하는 호텔, 공항 체크인이나 리프트 이용, 어디를 찾아가야 한다든지(이것도 구글맵이 다 해결해 준다) 등이 있지만 두려울 게 없다. 왜 여행 유투버들이 외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해외여행에 큰 어려움이 없는지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의 젊은 패기와 용기도 분명히 인정해야 하지만 일일이 전화나 메일을 보내던 시절에 비한다면 큰 수고를 덜 수 있는 것 같다.
한 20년 전에는 일일이 홈페이지를 찾아 예약을 해야 되고 (홈페이지조차 없는 곳도 많았다) 지역의 관광 정보나 지역 지도도 일일이 사서 찾아보고 다녀야 했다. 여하튼, 해외여행이 참 쉬워진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변해가는 “내 손 안에서 다됨”이라는 디지털 환경을 언제까지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편안함 뒤로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노령 인구가 청년인구보다 많아져 가는 세상에서 첨단 테크의 빠른 변화에 따른 노령 사용자들에 대한 의도되지 않은 차별에 대한 문제가 더 이상 남에 일이 아닌 듯한 느낌이다.
아직은 그래도 유투버들과 블로거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인플루언서들의 경험담을 읽고 보면서 기회가 되면 한 번쯤 새로 나온 앱도 사용해 보고 자꾸 업그레이드되는 SNS의 다양한 기능을 익히고 있지만 기능을 알아가면 갈수록 뭔가 나 자신이 그 속에 종속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기보단 조그만 화면에 코를 박고 의미 없는 내용들을 짤막짤막하게 보는데 시간을 보내는 내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여행기간 동안 새벽 뉴욕 센트럴파크를 뛰면서 만났던 사람들, 지하철에서 길을 알려주는 사람, 어디서 왔는지 묻는 사람, 일로 만난 레스토랑 셰프들, 그곳에서 인턴쉽을 마무리하는 학생들 그리고 늦은 밤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에서 만났던 Lyft 기사분, 호텔관계자들, 친절했던 샌프란시스코 랜트카 직원들, 그리고 마지막날을 함께 했던 Mark 형.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기억되는 순간들이 훨씬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 같다.
빠르게 변해가는 하이테크 환경이 인간이 살아가는데 더 가치를 부여해 준다면 더 이상 좋을 게 없을 것이다.
다만, 더 복잡해져 가는 것이 아니고 더 단순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쓰는 핸드폰이 단순히 전화 나하고 문자나 보내던 시대에서 이제 어떤 기능이 있는지도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다.
꽤 혹독한 일정의 출장이었다. 온전히 혼자 다니며 오래간만에 나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그리고 편안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앞으로의 세상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어느 곳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디지털 노매드로서의 기회도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변해가는 세상을 직시하고 유연해져야 할 것 같다. 시간을 소모하는 무의미한 콘텐츠에 몰입하기보다 보다 의미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해야 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