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를 숙회로만 드시나요?
우리나라에서는 문어를 주로 삶아 숙회로 먹는 것이 일반적인 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문어를 야들야들하게 삶아 참기름에 소금과 후추를 섞는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간장에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는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문어를 먹는 꽤 좋은 방법이긴 하다.
나도 문어 하면 사족을 못쓰는 편이고 조리 방법에도 관심이 많은 터라 예전부터 지중해 지역의 여러 나라 가령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사용하는 조리방법을 요리에 많이 활용해 왔다.
먼저, 손질된 문어를 잘 씻어 85 ~ 95도 온도로 문어를 삶는다, 조리시간은 대략 45분에서 1시간 정도. 중간중간 익힘 정도를 확인해 주는 것이 좋다. 옛날에는 문어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와인 콜크를 넣어야 한다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와인을 마신 후에는 코크를 모으기도 했는데 콜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애꿎은 문어를 두드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또한 아무런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문어는 콜라겐으로 구성되어 있고 열이 가해지면 젤라틴으로 변하면서 부드러워지는 화화적 변화에 기인하기 때문인데 그걸 때려봐야 애만쓰는 것일 수 있다.
일단 문어가 잘 삶기면 이때부터 다른 조리법을 쓰기 시작할 수 있다. 야호!
특히, 캠핑을 할 때 만들기 딱 좋다.
먼저 화로대에 불멍을 실컷 한 후 숯을 만든다. 불이 있을 때 올려봐야 그을음만 잔뜩 생기고 기름 튀고 정신없어진다. 꼭 숯이어야 한다. 그리고 무쇠팬(cast iron pan)을 숯에 올린다. 숯에 온도는 500도 이상이라 상당히 강하다. 무쇠팬에 뜨거워지면 삼겹살을 잘게 잘라 넣는다. 삼겹살이 바삭하게 익으면서 기름이 배어 나온다. 기름은 그대로 두고 익은 삼겹살은 따로 준비해 둔다.
이 돼지기름에 부드럽게 삶아 놓은 문어 머리는 먹기 좋게 자르고 다리는 하나하나 잘라 튀긴다.
문어가 바삭하게 튀겨지면 먼저 준비했던 삼겹살을 넣고 다진 마늘, 홍고추, 꽈리고추, 적근대를 넣고 볶아 준다.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겉바속촉" 삼겹살과 문어 그리고 볶아진 고추와 적근대.
마지막으로 소금, 후추로 간하고 레몬이나 라임주스를 살짝 넣어 주면 적당한 산미와 향미가 생긴다.
그리고 딜과 남은 레몬을 얇게 잘라 가니쉬 해주면 된다.
그냥 삶은 문어 보다 다른 바삭함과 부드러움.
그 외 그릴에 구워 먹는 방법도 있다. 그건 다음 기회에.
무쇠팬 하나, 그리고 숯,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다양하다.
특히, 캠핑 때 쓰는 부탄이나 이소가스와는 다르게 직접 태워 만든 숯을 쓰는 것을 권유한다. 숯은 거칠지 않고 은근한 열 때문인지 재료가 서서히 색깔을 내며 맛있게 익어 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음식이 익어가게 두고 시선을 멀리 두면 그 간에 피로도 사라진다. 그러면 새소리도 들리고 젖은 낙엽 냄새도 나고 주변에 캠핑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도 들린다.
이런 것이 요리하는 기쁨인 듯하다. 간단한 도시락이라도 싸서 나가보자.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감각들이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