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작업자의 방',
근데 졸려서 작업을 못 한다고?

서로 다른 방 - 네 개의 세계

by 조선희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로헌에서 가장 화려한 공간이다. 비누는 손님들이 오면 이곳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단다. 말하자면, 미로헌의 ‘프런트맨’이라는 것. 남다름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먼저, 벽지 이음새가 보이지 않는 완벽하게 매끈한 벽면. 수는 그걸 위해 벽지 대신 과감하게 페인트 마감을 선택했다. 그리고 “포인트 컬러 하나쯤은 있어야지~” 하며 고른 건, 바로 오렌지 컬러. 파우더룸의 조명을 밝히면 아치형 출입구와 동그란 창을 통해 퍼져 나오는 오렌지 빛이 공간 전체를 화사하게 물들인다. 모든 요소들이 ‘예쁨’이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되는 셈이다.


이 방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파우더룸이다. 그저 꾸미기용 공간이 아니라, 수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다.

“난 씻고, 나갈 준비하는 시간이 길고 중요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침실은 최소화했고, 파우더룸은 넉넉하게 설계했다. 동선도 완벽하게 이어지도록 계산했으며, 문은 아예 없애고 아치형 오픈 구조로 예쁨을 더했다. 누가 봐도 수의 방답다.


천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슬라이딩 도어 위로 시원하게 뚫린 고창, 그리고 서까래 형태로 짜인 목재 천장이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 그 한가운데에는 수가 수십 번 고민 끝에 고른 화려한 센터 조명이 딱! 공간의 중심을 잡아주면서도 세련된 고급스러움을 뽐낸다.

“어머, 이 조명 어디서 샀어요? 너무 멋지다!”

이건 수의 방에 처음 들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말이다.

“말도 마세요. 얼마나 고민하고 비교했는지 몰라요. 분위기의 핵심은 조명이잖아요~”

그 말처럼, 수는 서울에 갈 때마다 을지로, 논현동, 학동 사거리의 조명 가게들을 기웃거리며 브랜드, 가격, 디자인을 하나하나 비교했단다. 그렇게 예산에 딱 맞는 걸 찾아낸 수의 집념이 만든 결과물이다.


수의 공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거실 겸 작업 공간, 파우더룸과 욕실, 그리고 다락 위 침실. 잠은 짧게 자는 수의 특성상 침실은 아담하다. 다락으로 이어지는 계단 아래엔 딱 맞춤 사이즈로 들어간 레트로 수납장이 있다. 그 위엔 수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피규어나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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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이 방에는 미로헌 최고의 전망이 있다. 복도 쪽의 넓은 한지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시야 가득 한라산 뷰가 펼쳐지고, 햇살은 방 안 깊숙이 스며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수는 이 풍경을 자주 누리지 못한다. 이른 아침에 나가고, 밤늦게 돌아오고, 때로는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늘 우리는 부러움 섞인 핀잔을 퍼붓는 중이다.

“아니 이렇게 멋진 뷰를 두고 왜 밖에서 일을 해?”

“그럴 바엔 우리에게 상시 오픈해줘야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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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한 마디 ~ 내가 미로헌에 합류하기로 한 이유는 완전 10,000%, 개인적인 사심 때문이었어요. 그냥. 예쁜 집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막연하게, 그 예쁜 집에서 즐겁게 50대를 보내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한참 나중까지도, 아니면 영영 예쁜 집에 못 살아볼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설계할 때, 평소 감탄하던 건축 탐구 프로그램이나 예능에서 본 장면들을 마음껏 소환해 쏟아부었어요. 내 공간의 콘셉트는 ‘작업자의 방’. 창작자에게 참신한 아이디어가 팍팍 떠오를 수 있도록, 나만의 영감 공간을 만들고 싶었지요. 작업자의 방답게 큰 책상 하나 딱! 그 외 가구 일체 없음, 여백의 미 추구!
“계단 아래 가구 있잖아?”라고 물으신다면, 그래서 계단 폭에 딱 맞는 가구만 골라 배치했답니다. 한 치도 튀어나오지 않게! 여기까지 읽었다면 눈치채셨을 거예요. 맞아요. 나는 내 방이 좋아요. 아주아주 만족스럽고, 너무너무 예뻐요. 낮에도 예쁘고, 밤에는 조명 때문에 더 예뻐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책상에서 뭐 좀 하려고 컴퓨터를 켜면 금방 노곤해지고 피로가 몰려와요. 잠이 너무 잘 온다는 게 문제지 뭐예요... 기획서 몇 장은 더 쓰고 자야 하는데, 이렇게 잠들면 안 되는데... 내 방이 너무 편한 거예요. 미로허니들의 질투에도 불구하고 매일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일하다 귀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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