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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 작가 Jul 18. 2023

기찻길 옆 오막살이 한 채를 샀습니다.

    

엄마 뱃속에 울려 퍼지는 태동처럼 지나가는 기차 소리, 그늘 속 서늘함을 간직한 기찻길 옆 오막살이. 나는 지금 이곳에 있다. 이곳에 있기까지 많은 일들을 지나왔다. 딱딱하고 불편하지만 싫지 않은 논산집은 나의 서재이자, 작업실이자 당신의 공간이 되기에 충분한 곳이 되었다.      


꽤 오랜 시간 오래된 집을 보고 내 집이 되면 어떨지 꿈꾸는 일을 지속했다. 주택에 살았던 어린 시절이 모두 아름답지 않았는데도 자꾸만 끌려 들어간다. 사려는 마음보다 사고 난 후에 드는 후회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매번 때를 놓쳤다. 때를 놓치고 밀려오는 후회들을 켜켜이 쌓는 일도 커져 갔다.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을 뉘일 곳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도심의 오래된 구옥을 보다가 시골의 한옥을 보다가 빈집이나 폐가로까지 눈을 돌리게 됐다. 갈수록 빈집들이 늘어간다. 살지 않을 거면 팔면 되는데 팔지도 않는다. 그런 와중에 간간이 나오는 매물들을 보고 돌아온다. 내가 가진 돈에 맞추려면 한없이 추레해진다. 집을 보면서 어떤 집을 사야 하는지 많이 알게 됐다.      


그러나 내 마음에 들어온 집은 사도에 기찻길 옆에 다 허물어져 가는 오래도록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이었다. (그리고 산 집은 사기 전과 많이 달랐다. 집은 1984년이 아닌 1970년에 지어졌고, 3년이 아닌 20년 이상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이었다)     


오래된 소도시의 집과 함께 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임장, 계약, 등기, 공사 등을 거치며 울지만, 울어도 되는 곳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논산집-해월가의 소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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