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성 다한증과 이차성 다한증
9월 10일 D-37
어제 잠깐 시원하더니, 더운 날이다. 더위에도 추위에도 굴하지 않는 땀은 오늘도 내 곁에 있다. 수건이 이미 축축하다. 옷에 땀을 닦는다.
나는 사람을 만나 그들의 마음을 검사한다. 검사를 할 때마다 책상에 물방울이 남는다. 쓱 닦아 낸다. 그래서 간혹 있는 손에 땀이 많은 이들이 와서 손에 땀을 닦아 내며 검사를 수행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 내가 만든 물방울이 그들의 마음에 빗물같은 날이다.
손톱을 깎을 때 손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는 손톱도 불어 있다. 손톱이 연해져 있다. 손톱을 깎으면 튀지 않고 오히려 손톱깎이에 달라붙는다.
발에 땀이 많이 나서 냄새가 많이 나고, 가렵다. 그래서 양말을 여러 켤레 가지고 와서 갈아신는다. 땀이 많이 나면 땀이 미끄럽다.
갑자기 3~4키로 정도 몸이 불었다. 살이 찌니 땀도 더 많이 나는 것 같다. 부랴부랴 운동을 등록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손을 잡는 동작이 매일 있는 건지, 고통스럽다. 일부는 노골적인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표정을 보이지 않는다. 운동 후에 신발을 갈아신을 때마다 젖은 양말을 누가 볼까 봐 신경이 쓰인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갈아신고 서둘러 집에 오는 방법밖에 없다. 안쓰럽다.
그동안 땀이 나는 걸 감추기만 했다. 이제 손에 땀이 나는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손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매일 내 손을 바라보는 이 심정을... 뭐랄까? 송글송글 맺힌 땀을 찍는 건지, 손을 찍는 건지 모를, 쳐다보고 싶은 건지, 쳐다봐야 하는 건지, 쳐다보기 싫은 건지 모를. 나를 사랑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싶은.
다한증은 발생 원인에 따라 일차성 다한증과 이차성 다한증으로 나뉜다. 일차성 다한증은 뚜렷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다한증으로 특징적으로 열이나 운동보다는 정신적 긴장이나 감정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자극으로 인해 땀샘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차성 다한증은 특정 질환이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땀 분비 이상이다. 신경질환, 갑상선 기능항진증, 비만, 내분비질환, 폐경 후유증, 전립선암 및 악성종양 호르몬 치료시 부작용 등에 의해 발생되며 원인질환을 치료함으로써 다한증 치료가 가능하다. 나는 일차성 다한증에 해당하고, 어린 시절부터 특정 부위에 과도한 땀을 흘렸다.
인터넷을 보고 공부 좀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인터넷 카페에 들어갔다. 다한증 모임 카페가 있었고, 수술을 한 이들의 후기가 줄을 이었다. 다한증 수술을 하는 주요 병원에는 S SB란스, DJ 흉부외과가 자주 이름을 올렸다. 나처럼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수술 부위는 손이 제일 많았다. 보상성 다한증으로 고생하는 후기는 생각보다 적었는데, 수술을 하고 싶다고 하는 답글에 ‘수술하지 마세요. 보상성 다한증으로 고생합니다.’ 라고 하는 답글은 특정한 사람이 올리듯 반사적으로 달려있었다.
언제 땀이 많이 나냐고 물어보면, 그런 거 없다. 그냥 시도 때도 없이 땀이 난다. 긴장할 때 나냐고? 더울 때 나냐고? 그럴 때 더 많이 나기는 하겠지만, 긴장을 하든 안하든 난다. 물론 회사에서는 내 몸이 각성 상태인건지 항상, 하루 종일 난다.
집에 와서 깨끗이 씻고, 자려고 누워도 땀이 난다. 땀이 안날 때는 잠이 들었을 때이다. 수면 중에는 교감신경이 작용을 못하나 보다. 그렇다고 내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될 수도 없으니, 나는 땀을 달고 산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수술을 받지 않았냐고 물어본다면, 수술을 받으면 보상성 다한증이 꼭 오고, 이로 인해서 더 큰 고통이 따른다고 알고 있었다. 보상성은 원하는 곳을 수술한 후, 의도치 않은 곳에서 땀이 많이 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얼굴로 보상성 다한증이 오면 생각도 하기 싫다. 그런데 보상성은 더우면 나는 것이지, 지금처럼 추워도, 하루 종일 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한 번 나면 언제 멈출지 모르게 계속 나는 것이 아니다. 보상성 다한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큰 충격으로 다가와 엄두를 못내는 사이 항상 젖고, 감추고 살았다. 더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