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한증 수술 D-38

그러고 보면 땀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by 김오 작가

9월 9일 D-38


오늘은 손에 땀이 나지 않는 시간이 많은 날이었다. 오늘은 갑자기 날이 선선하다. 선선하다고 손에서 땀이 나지 않는 게 아닌데, 오늘은 이런 날도 있나 싶게 손이 보송한 날이다.

손에 땀이 나지 않을 때 손세정제로 꼼꼼히 닦으면 땀이 나는 걸 조금 미룰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다. 손이 갈라져도 땀이 나지 않으면 좋겠다.


건초염으로 병원에 갔는데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했고, 온찜질을 해야 한다고 손을 감싼다. 손목에 염증이 심해서 따뜻하게 치료를 하면 좋다고 한다. 거기에 물리치료사가 손을 마사지한다고 만지기 시작했다. 조마조마하다. 도중에 땀이 나면 어쩌나. 다행히 땀이 나지 않고 마무리가 됐다.

손에 땀이 나지 않을 때는 조금 대범해진다. 상대방의 손이 스쳐도 당황스럽지 않다. 수족 냉증인 동료의 손을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에 땀이 나지 않을 때는 당당해진다.


손에 땀이 많이 나는 것은 죄가 아닌데도 나는 여러 상황에서 죄인이 된다. 하루 종일 손이 땀에 절어서 퉁퉁 부어 있는 것도 안쓰러운데, 누군가의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누군가의 몸을 내 손이 스치는 일이 발생하면, 내 물건을 누군가가 만지게 되면, 혹은 누군가의 물건을 내가 만져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모두의 눈빛은 흔들렸고, 누군가는 얼굴로 욕을 했고, 누군가는 언어로 폭격했다. 또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으나, 쓱 손을 자신의 옷에 문질렀다.


그러고 보면 땀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마치 땀이 아니라 나의 감정이 배출되는 것 같다. 예정대로 라면 나는 7월 25일에 수술을 하고 지금은 수술 후의 삶이 어떤 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야 겠다만, 인생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J가 갑자기 쓰러지고 그렇게 수술은 연기되었다. 다행히 회복하고 있어, 급하지 않게 수술 날짜를 다시 잡았다.


7월 초 많이 아팠다. 이렇게 살면 안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축축한 내 손이 느껴졌다. 이온영동치료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대학병원 어디에서 다한증을 치료하는지 살펴보다가 C병원을 알게 됐다. 7월 15일 진료를 봤다. 나 정도의 경우라면 이온영동치료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했다. 수술을 내 인생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고 하니, 보통 십 대에 수술을 하는 경우가 흔하고,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알고 온다고 했다. 교감신경절제술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당장 다음주에 수술을 하자고 했다. 피검사를 비롯한 심전도, 엑스레이 검사를 했다. 입원수속 창구에 가서 안내지를 받았다.


집에 돌아와 수술 날짜가 다가올수록 불안이 심해졌다. 간혹 땀이 훅 배출될 때 무언가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었다. 자해를 할 때 자해를 하기 전에 답답하다가 칼로 손목을 긋고 나면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이 있어 자해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과 유사하게 나는 땀이 나지 않을 때 몸에 열이 차고 답답함이 인다. 그러다가 손에 땀이 훅 나면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 나고 나서 땀이 멈추면 좋으련만 손이 퉁퉁 불어도 땀은 멈추지 않는다. 잠이 들어서야 땀이 멈춘다. 그렇다. 잠잘 때는 더워서 다른 곳에 땀은 날 지언정 다한증 증상으로 손, 발, 겨드랑이에 땀이 쏟아지지는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드니, 수술 후에 땀이 배출되지 않아서 갑갑하면 어쩌지?라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쪼여오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겹겹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수술 일정이 미루어지고, 그 사이 내 손에서는 더할 수 없는 땀이 지속되고, 그러면서 더 나이가 들면 수술을 하고 싶어도 내 건강상태가 뒷받침이 안되서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잡은 수술 일정이 아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내린 수술을 하기로 마음먹으니 차분해졌다. 나는 이 비정상정적인 방법의 감정 배출을 안녕하기로 했다.


언제부터 땀이 이렇게 많았는지는 모르겠다. 병원에서는 무슨 계기가 있어서 땀이 많이 나는게 아니라 유전적인 소인이 있었을 거라 했다. 가족력은 없다. 오히려 부모님은 건조하면 건조했지 땀이 나지 않는다.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땀이 많이 났다고 하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땀 분비를 결정하는 신경이 왜 고장이 났을까? 그렇다면 정말 교감신경과 영향이 있는 공황과 연관이 있을까? 찾아본 바에 의하면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분명 교감신경은 흥분을 관장하고, 흥분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흥분하게 되면서 과각성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개미보고도 놀라는 일이 발생하면서 공황이 나타난다는 이론이 있는데, 왜 그럴 수 없다는 것인지. 다른 교감신경과 연관이 있지, 땀분비를 관장하는 교감신경과는 상관이 없는건가? 의학적인 지식에는 목마를 뿐 신중히 찾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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