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한증 수술 D-36

땀 많이 나는 게 죄인가요?

by 김오 작가

9월 11일 D-36


머리를 감고 드라이로 말리려고 하는데 손에 머리가 달라붙는다. 엉겨 붙는다. 머리가 마르고 있는지도 느낄 수 없게 손이 축축하다. 머리카락을 젖은 채로 내버려 두는 것도 방법이다라며 드라이기를 내려놓는다.

아이의 머리를 묶는데 손에 땀이 많이 나면 잔머리가 정리가 되고, 더 깔끔하게 머리를 묶을 수 있다. 아이는 내가 땀이 나서 불결하다거나, 더럽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 난 엄마손이 땀나도 잡고 있는 게 좋아”라고 말할 정도로 개의치 않는다. 나는 오늘도 딸 아이의 손을 잡고 아침을 걷는다.


회사에서 A가 폰을 빌려달라고 했다. 대뜸 당근을 깔았냐며 있으면 달라고 했다. 손에 땀이 많이 나서 폰이 얼룩이 많이 져 있기가 십상이라 부랴부랴 닦아서 건냈다. 내 폰은 항상 젖어 있다. 방수기능이 돼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하느라, 내 폰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른 채 건네고 받는데만 집중한다. 내 폰 가지고 뭐했냐~!

요가를 갔다. 요가 매트만 놓고 하면 손과 발이 닿은 곳에 자국이 선명하다. 매트 위에 타월을 꼭 깔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월이 축축해진다. 타월 위에서만 요가를 하면 좋겠다만 누워서 손이 바닥을 향하게 팔을 벌려 놓으라고 한다던가, 다리가 매트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가볍게는 바닥에 자국이 남아, 얼른 쓱 닦아 내면 되지만, 오래 있게 되면 물자국도 자국이지만, 나조차도 미끄러워서 넘어지지 않게 버텨야 한다. 요가할 때는 요가삭스가 생명이다. 안 그러면 발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걸 같이 하시는 분들이 보면서 놀라서 한마디씩 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요가를 하는 딱딱한 시간에 화합을 부르는 마법같은 효과다.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이들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인다. 예를 들어 글씨를 쓸 때는 종이가 젖지 않게 손을 띄우고 쓴다든가, 종이에 수건이나 휴지를 받치고 한다든가 같은 것이다. 나는 자를 이용했다. 밑줄을 자주 그었었는데, 밑줄을 그으면서 자를 대고 자 위에 손을 얹고 쓰기도 했다.

손에 땀이 나는 동족들을 더 잘 알아본다. 동질감을 느끼지만, 호들갑스럽게 너도 땀이 나서 고생이냐는 것과 같이 서로의 땀이 나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냥 서로 알고만 만다. 고등학교 때는 3학년 반장이 그러했고, 대학교에 와서는 같은 학과에 여자 동기가, 대학원에서는 남자 동기가 그랬다. 그런데 모두 수술을 하지 않았다. 수술을 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내가 수술을 하지 않은 게 미련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E에게 전화를 걸어 손에 땀이 나는데 잘 살고 있냐며 전화하고 싶었다. 왜 그동안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이들과 애로 사항에 대해 한 번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그저 서로 모른 척만 했을까? 아! 주변에 다한증 수술을 했던 이가 생각이 났다. 동갑내기 친구였는데, 군대에 가서 다한증으로 인해 힘들다고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땀이 많은 체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손에는 땀이 나지 않는데, 등에서 땀이 많이 났던 것으로 짧게 기억이 난다.


다한증은 창피한 게 아닌데, 수술을 해도 뭐 그런 거 하냐는, 안 하면 안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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