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미 결심했다고요!
9월 12일 D-35
엄마에게 수술에 대해 알렸다. 보상성 다한증이 심하다고 해서 수술을 시키지 못했었는데, 수술을 하기로 했다고 하니, 잘하길 바란다고 했다.
친구 Y는 항아세틸콜린 계열의 약을 복용해 보는 것은 어떠냐며, 수술은 무서우니 하지 말라고 했다. 글리코피롤레이트라는 약물을 실제로 다한증에 처방하기도 하지만, 부작용이 심각하여 처방하지 않는 추세이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이 친구는 예전에 내 손이 닿자, 더럽다고 했다. 이건 더러운 게 아니라고 말하는 내게 “그럼 내가 너한테 침 뱉으면 되겠네”라며 진심어린 화가 함께 말했다. 상대방에게 침을 묻히는 것과 같다고. Y는 내 손을 만지지 않으면 되겠지만, 나는 강을 건너건너, 이것이 친구인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놀랍고 진정이 되지 않았다. 위축되고 지쳐야 하는가. 손에 땀이 나는 것이 내가 죄를 받아서 그런 것인가. 내 손은 영영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가. 나는 악을 지닌 채로 살아가는 인간인가. 일상이 교통사고이고, 일상이 외상이다.
사람들은 모른다. 손이 있어도 사용하기 어려운 수많은 제약을 가진 상황들을. 아무렴 어때하고 사용하면 어떠냐고 하는데, 단순히 누군가에게 창피함을 느껴서 숨기는 것은 오히려 일부분이다. 실제로 손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J는, 꼭 해야 겠냐고 했다. “교감신경이 과각성되면 일찍 죽는대”라고 했더니, 그럼 해야지 했다. J는 종종 수술에 대해 물어봤지만, 찾아보지는 않는 것 같다. 말해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십 년을 넘게 같이 살아왔는데, 내 손에 땀이 많이 난다는 것을 잘 모른다. 그러면 수술을 받으면 발에도 땀이 나지 않게 되는 거냐고 했다. 나 같은 경우는 손과 겨드랑이만 수술하기로 했다. 발을 받으려면 요추 쪽의 신경을 절단하거나 클립으로 차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발에도 땀이 많이 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양말을 갈아신어야 하고, 물에 젖은 듯 퉁퉁 부어 있다. 내가 진료받은 대학병원은 손과 겨드랑이만 한다고 했고, 발은 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발은 조금 더 위험할 것 같아서, 그리고 수술 후 회복되는 과정도 두렵기에 일단 손과 겨드랑이만 하기로 했다.
수술 방법은 이러하다. 겨드랑이 부근의 양쪽 두 곳씩, 총 네 곳에 구멍을 뚫고 내시경관을 삽입하여 수술을 하는 것이다. 수술 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폐를 수축시킨다. 폐를 수축시켜서 생긴 공간을 이용해 수술 장비가 들어가고 해당되는 교감 신경 부위를 절제한다. 폐에 유착이 있지 않다면 총 수술 시간은 보통 1시간 내외이다. 폐에 유착이 심해서 수술이 불가할 경우에는 한쪽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통 오른손잡이가 많아서 오른쪽부터 수술을 하는데, 그럴경우 오른쪽 손에서만 땀이 나지 않고, 왼쪽 손에는 땀이 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람들은 수술을 미용을 위해 하는 것 마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자기 만족이 안되서 수술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수술을 할 때 회사에 진단서를 내야 하는데 다한증이라고 하면 창피한 마음도 든다. 내가 다한증인 것을 왜 창피해 해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이런 생각이 드는 나를 막을 수가 없다.
친구 H는 일단 수술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수술을 잘 받자고 했다. 수술 당일에도 와서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마음이 불안해서 연차를 내고 와서 기다려야 자신의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H는 엄마의 마음이 병이 들어 병원에 있을 때도 아무말 없이 같이 간 친구였다. J의 사고 소식에 마음 저려한 친구이기도 했다.
의사 말대로 아주 간단한 수술일 테고, 보상성으로 인해 내가 고통을 받든지 말든지는 신경 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작고 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동안 고통받았을 마음에 따뜻함을 톡하고 뿌려주는 것으로 인해,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갈 수 있기도 하다.